이 영화는 ‘믿음’에 대한 영화입니다.
스릴러의 외피를 입고, 쉴새없이 서스펜스를 만들어내지만, 결국 이 영화의 외침은 그 두 글자로 요약 될 수 있는 거죠.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커다란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지 한번쯤은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영화의 주인공 존(러셀 크로우)이 갖는 믿음은 두 가지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일급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 아내 라라(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절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 또 하나는 그런 아내를 향한 자신의 사랑, 바로 그것에 대한 믿음인 것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전혀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터라 초반부의 스토리를 보면서 아내가 감옥에 간 후부터는 ‘이제 아내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뛰어 다니는 남편이 그려지겠군.’ 생각 했었는데 예상외로 이야기는 아내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즉, 탈옥을 시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전개가 됩니다.
즉, 극중 존이 아내의 결백함을 외부에 표출하려 선택한 방법은 바로 아내를 탈옥시키는 것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죠. 아주 극단적인 선택으로 말입니다. 이 영화 시나리오의 흥미로움은 아마도 그 장치의 설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엄청난 일을 해내기에 존이 처한 주변 상황이 그리 녹녹치가 않습니다.
우선 그에게는 이제 혼자 돌보아야 할 어린 아들이 있고, 자신은 그저 평범한 대학의 교수(강사?)이기에 그런 쪽(탈옥에 대한)의 일은 초보 수준도 못되고, 가까스로 전문가(이 인물이 바로 리암 니슨의 카메오 출연)의 탈옥에 대한 조언과 방법을 듣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시간적 제약’ 은 물론, 결행에 도사리고 있는 다른 각종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존은 ‘믿음’을 가지고 하나하나 계획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펼쳐 놓는 데에 큰 무리 없이 신속한 진행을 해나가는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스릴러 장르로서의 이 영화는 꽤 몰입을 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곳곳에 성공적으로 배치하고 운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장르적인 요소들에 러셀 크로우라는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배우가 꽤나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자칫 식상하게 보일 수 있는 드라마투르기를 유연하게 끌고 가는 영리함을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믿음으로 ‘탈옥’ 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존의 행동을 과연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판단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화가 선택한 관점 또한 그러한 당위성보다는 보다 상업 영화적인 (그리고 장르적인) 설정으로써 끌고 가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결말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를 보면 말입니다.
영화의 결말로써 힘겹게 상황을 끌고 가던 존은 결국 보상을 얻어냅니다. 자신의 믿음을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지켜나가면서 얻게 되는 해피엔딩이겠죠.
사실 이러한 끝맺음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식상된 결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 캐릭터에 많은 공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아마도 그의 믿음에 대한 보상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에 그러한 내러티브에 공감이 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할리웃
스릴러 정도로 읽혀질 수 있겠죠.
어느 쪽이 되었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릴러로서의 긴박감이나 몰입도는 나름의
충실한 구성이 있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건 분명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 <쓰리데이즈>는 성공적인 스릴러라고 평가를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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