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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3

[창작 연재 소설] 길에서 만나다 - #5~#7 5 - 생각이 많은 사람.... 누군가 내게로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꿈을 꿨었나. 뭔가 묵직한 것이 머리에 있는 것은 같은데 잘 끄집어내 지지가 않았다. 신경들이 마구 엉켜있는 것 같았다. 습관대로 시계를 보았다. 오전 10시 14분쯤. 햇빛은 쨍쨍한 게 하루가 무더울 조짐이 들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손이 가서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저쪽에선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다만 뭔가 혼선이 된 것 같이 요란한 소음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침묵. 난 힘없이 끊으려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렸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는 다시 휴대폰을 귀로 가져갔다. “예, 말.. 2018. 5. 17.
[창작 연재 소설] 길에서 만나다 - #2~#4 2 한 낮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난 처음으로 초인종 소리를 듣고는 이 낯선 상황에 잠시 우두커니 있었다. 초인종은 신경질적인 낌새를 풍기며 다시 여러 번 울리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처음 보는 낯선 사내가 두툼한 노란 서류철을 펼쳐 들고 무료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오승민씨 댁이죠? 본인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아니었지만. “이사 날짜는 언제로 정하셨나요?” 사내는 볼펜을 누르고 서류에 기재할 준비를 하면서 물었다. 그런 것을 생각도 못하다가 갑작스레 질문을 당하니 난감했다. “이사... 요?” 내가 되묻자 사내는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네. 이사를 안 하시니까 저희가 지금 철거를 못하고 있잖습니까? 아직 기한까지 20일 정도 남기는 했.. 2018. 5. 9.
[창작 연재 소설] 길에서 만나다 - #1 1 꿈속에서 아마도 난 길을 걷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은 여느 길과 다름없이 그냥 평범한 그런 길이었다. 바닥은 요즘에는 보기 힘든 보통의 흙길로 되어 있었고 길 양 옆으로는 여러 점포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중에는 슈퍼마켓도 있었고, 세탁소도 있었고, 미용실도 있었고, 조그맣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테이크아웃 카페도 있었던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한 길이었다. 예전에 세상 어디나 널려있던. 그런데 그 길을 걸으면서 앞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는 그 길의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길은 한도 끝도 없이 앞으로 뻗어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멈춰 서서 그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이 메어왔다. 갑작스럽게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더듬이가 없.. 2018.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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