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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액션!!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남긴 것

by 멀티공작소 201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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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 최고은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32. 한참 활기차게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고 달려야 할 그 시기에 고인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충격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죽음의 과정과 마지막 남긴 메모라는 것의 몇 줄 문장은 기사를 통해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저에게 며칠을 계속해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슬픔으로 다가오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인을 알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영화제작 계통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도 자신이 가진 목표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고인이 그런 식의 죽음을 맞기까지 얼마나 많은 열정과 고통이 함께 있었는지 체감적으로 와 닿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비애감이 몰려오는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식이 각종 언론 매체에 전해진 후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라 여러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제가 실제 과거에 영화 현장에 일하면서 느꼈었던 것만 짤막하게 언급을 하려 합니다.

 

G20을 개최하고, 경제 대국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큰소리치면서 천문학적인 돈으로 강바닥을 파내고 있는 위정자들이 있는 이 시대에 이러한 생계형 죽음이, 그것도 전도유망한 한 영화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새삼 다시 생각해 보지만, 이건 결국 한국 영화의 제작 시스템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한국 영화계는 실로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

.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특히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스탭들의 처우와 임금에 대한 시스템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을 열정과 현실적 삶을 보호해줄 시스템이 한국 영화판에는 거의 전무한 것이 결국 문제일 것입니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 지기까지는 정말로 많은 시간과 자본과 인력이 동원됩니다.

아무리 스케일이 적은 영화라도 프리 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짧으면 6개월여, 길게는 몇 년의 제작기간을 거치게 되는 것이 다반사죠. 특히 연출 파트와 시나리오 파트에서 일을 하는 작가, 조감독들은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서부터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그 파트의 인원들은 좀더 많은 시간을 영화 제작에 먼저 투입됩니다.


문제는 이것도 분명 노동일진데 이것에 대한 댓가가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적 수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힘겨운 수준이라는 것은 분명할 겁니다. 

물론 제작사에게도 사정은 있을 겁니다. 한국 영화 제작사들의 대부분이 자본에서 넉넉하지 못한 수준이고 더군다나 지금의 영화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만만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영화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힘겨운 상황들이 많이 있는 거겠죠.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가 괜찮아 잘 진행이 되다가도 삐긋 거리면서 흔한 표현으로 ‘작품이 엎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몇 개월을 작품에, 시나리오에 매달렸던 인원은 그저 몇 개월의 시간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고 최고은 작가님도 기사를 통해 판단해 보건데 그러한 과정을 여러 작품 거치다보니 경제적 사정은 물론이요, 건강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얼마나 심했을지 공감이 갑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전 그 방면으로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당장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한국 영화계의 제작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어떤 식으로든 정비가 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은 다시 또 다시 발생할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 일선에 있는 사람들을 힘겹게 만드는 상황에 어떤 영화의 흥행 수익은 자동차 몇백만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등의 말로만 떠드는 자국 영화산업 부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실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많은 가능성과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인재들은 어이없게도 생활고에 지치고 지치다 결국 하나둘 다른 방면으로 떠나 버리든가 이렇게 고인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이 허망한 상황에 말입니다.  
영화인들.
제작사나 투자사는 물론이요, 한국 영화 시스템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번 고인의 죽음에 걸핏하면 관행으로 떼우려는 인식의 변환을 가져야 할 것이고, 정부 역시 자국의 영화 환경이 부흥되기를 바란다면 올바른 토대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고인의 죽음이 남긴 의미가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가슴은 여전히 먹먹합니다.

고인의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지켜봐줬을 주위의 가족 분들과 지인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부디 이 비극적인 한 영화인의 죽음이 한 순간의 탁상공론이나 냄비 현상으로 끝나지 말고 계속해서 한국 영화의 불합리한 제작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지길 정말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부족하고 두서없는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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