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드 앤 굿 무비>에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문제작 호러 영화 <샤이닝>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어떤 내용?
전직 교사이자 작가인 잭 토렌스(잭 니콜슨)는 오버룩 호텔이라는 곳으로 겨울동안 관리인을 맡을 생각으로 면접(interview)을 봅니다.
그는 사실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글을 쓰길 원했던 것인데요.
면접 과정에서 잭은 호텔의 매니저로부터 몇 개월을 산 속의 호텔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해, 그리고 과거 이 호텔에서 있었던 관리인 가족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이야기 해주며 우려를 말하지만 잭은 그러한 걱정을 일축하고 자신이 이 일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음을 말합니다. 그렇게 잭은 바라던 대로 호텔의 관리인 직을 얻게 됩니다.
한편 집에서 대니(대니 로이드)와 지내던 웬디(셜리 듀발)는 갑작스런 대니의 기절로 의사와 얘기를 나누면서 과거 잭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게 되고 대니의 상상속의 친구인 토니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잭과 그의 아내 웬디, 아들 대니는 호텔이 문을 닫는 날에 맞춰 함께 오버룩 호텔로 오게 되죠.
호텔에 도착한 잭의 가족들은 호텔을 돌아다니며 머무를 숙소와 호텔이 이곳저곳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어린 대니는 그곳에서 만난 호텔의 흑인 요리사로부터 ‘샤이닝’ 이라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대니나 흑인이 갖고 있는 그 ‘샤이닝’ 이라는 불리는 이 능력이 텔레파시나 예지 능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일컫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대니에게 호텔의 237호실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되죠.
그렇게 호텔의 직원들과 관계자들이 모두 떠나고 이제 오버룩 호텔에는 잭과 아내, 아들만이 남아 겨울 동안 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느 덧 한 달이 지나고 눈으로 둘러쌓여 고립된 호텔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져갈 무렵... 점차 잭과 대니에게는 알 수 없는 현상들이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호텔을 돌아다니며 노는 대니 앞에 쌍둥이 자매와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잭은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내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아내 웬디와도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고 현재의 호텔 내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이상하고 과격한 증세를 보입니다.
그렇게 증폭되어 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들에 급기야 잭은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들고, 웬디와 대니는 도끼를 들고 자신들을 죽이려는 잭을 피해 달아나게 되는데요...
▶눈과 미로 속에 갇혀버린 가족
영화 <샤이닝>은 눈 덮인 산 속의 호텔에 고립된 한 가족이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가 그 과정을 보여 주며 인간이 갖는 나약함과 공포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영화에서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상황이 맞물리는 두 가지 설정이 이어지면서 점차 이야기를 공포로 몰아 넣는데요.
하나는 오버룩 호텔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잭이 처한 현실에서의 여러 압박감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잭의 억눌렸던 광기가 서서히 폭주하게 되고 그로인해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가 위기를 겪게 되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즉, 영화 <샤이닝>은 인간이 가진 연약한 부분과 억눌려 있던 광기로 공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아빠인 잭이 그렇게 광기를 뿜어 내게 되는 데에는 아내나 아들과의 관계에서 억눌린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여 지는데 그가 과거 술로 인해 대니의 신체에 손상을 입힌 것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과 작가로서 갖게 되는 창작에의 압박과 초조함이 이 오버룩 호텔에 갇혀있게 되면서 (물론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그로인해 발생하는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고립감과 오해, 갈등으로 촉발되는 가족들 사이의 불화로 내적인 고립감을 갖게 되는 이러한 이중적인 고립감으로 크게 압박을 받고 그로인해 폭주로 치닫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 폭주의 시작에 방아쇠를 당겨 주는 것이 바로 오버룩 호텔을 휘감고 있는 초자연적인 신비하고 악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마치 한없이 약해져 있는 인간의 귀에 다가와 속삭이는 악마의 음성과 같은 그러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잭은 그렇게 다가온 미지의 존재에 스스로 무너져 결국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죠.
불안정한 인간의 심리는 언제나 외줄을 타는 것처럼 위태롭죠. 스스로의 환경에 계속해서 인간은 영향을 받고 휩싸여 가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는 실로 가느다란 실처럼 연약한 것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잭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과 아내와 아들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점차 정신줄을 놓아 가게 되는 것이고, 초자연적인 것일 수도, 아니면 그 자신이 만들어 내는 환상일 수 있는 상황들을 거치게 되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속에 내재되어 있던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죠.
사람 속에는 누구에게든 악한 기운이 잠재하고 있기에 언제든지 상황이 갖춰지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이러한 테마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스티븐 킹의 주 재료이기도 한 테마입니다.
결국 가부장으로서의 위축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괴감과 가족 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잭에게는 엄청난 중압감이 되고 그 억눌림이 폭발해 그는 결국 살인마의 길로 들어 서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그러한 인간의(또는 잭이 겪는) 고립감을 중요하게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로의 이미지인데요. 실제 미로로 만들어져 있는 미로 정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호텔의 여러 공간들을 굉장힌 미로처럼 보여지도록 컷(CUT)들이 설계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잭의 가족들이 처음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이끌고 호텔의 내부를 움직이는 컷들은 계속해서 그들의 동선을 트래킹 샷으로 보여 주며 전체를 보여주기보다는 부분 부분을 이어나가죠.
또 미로 정원을 내려다 보는 잭의 모습에서 실제 미로 정원을 거닐고 있는 웬디와 대니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설정, 그리고 대니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호텔의 복도를 달리는 컷들, 그리고 마지막에 눈 쌓인 미로 정원에서 잭이 도끼를 들고 대니를 추격하는 씬 등,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공간들을 모호한 미로같이 보여주는 것으로 잭과 그의 가족들이 갖는 고립감을 공간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샤이닝>에서 공포를 만들어 내는 방법
여기서 획기적으로 이 공간감을 유효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이 바로 스테디캠(Steadicam)이라는 촬영 장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 <샤이닝>이 어떤 영화 보다도 스테디캠을 아주 잘 활용한 영화로 알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영상의 유려함도 있지만 이렇게 내용과 적절히 결합이 되는 영화 형식의 미학을 잘 이끌어 낸데에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영화에 관련한 포스팅을 하면서 자주 강조하는 것이 영화의 형식과 내용은 따로 가지 않는다, 는 것인데 이 영화 <샤이닝>은 대표적으로 그러한 예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전반에 걸쳐 스테디캠을 자주 활용한 것은 당시에 개발된 지 얼마 안된 스테디캠의 영상이 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내용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그러한 캐릭터와 공간의 심리묘사에 이 스테디캠 영상 효과가 크게 걸맞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유효했죠.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과 디렉팅으로 개성있는 공포 영화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요.
우선 잭 니콜슨이 보여준 잭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보면 처음에 보여줬던 자애로운 아빠의 모습에서 호텔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광기에 휩싸이는 캐릭터로 변모해 가는 연기의 디테일이 섬뜩할 정도로 좋았고, 거의 세명의 가족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속에서 아내 역할을 한 셜리 듀발의 연기나 아들인 대니의 역할을 한 대니 로이드의 아역 연기도 장르에 어울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덧 입혀진 음악도 뭔가 날카로운 느낌이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와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서스펜스를 극대화 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한 것 같아요.
그 외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독특하게 만들어 주었던 하나는....
▶색과 공간을 만들어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독특한 미장센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들어낸 공간의 미장센이 아닐까 합니다.
호텔 내부를 장식하는 셋트의 미장센들은 아마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꽤나 신경 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웅장한 호텔의 외관에서 주위 풍경과의 압도적인 모습으로 보여 지는 느낌은 후에 이 호텔의 괴기스런 모습을 더욱 크게 해주고, 내부의 장면들에서 보여지는 빛과 어둠의 분배, 그리고 선명한 이미지의 색감으로 꾸며진 벽과 인테리어 등도 굉장히 신경 쓴 디자인임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미장센들은 등장하는 캐릭터의 심리와 감정적 요소들에 덧 입혀지는 이미지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드라마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여러 공간들, 237호실의 내부라던가, 가족이 묵는 숙소의 모습, 복도의 카펫과 벽, 호텔의 연회장과 그 안의 화장실 등등 그 공간들의 색과 디자인,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현재 상태를 함께 생각해 보면 강한 색의 이미지들이 어떻게 인물들의 심리와 묘하게 결합 하면서 시각적 효과를 일으키는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렇듯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화 속 공간들의 연출과 설정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을 입히면서 나타내고자 하는 영화 속 이미지들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샤이닝>은 다른 공포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갖게 되고 이 영화만의 독특함을 갖게 된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금까지 영화 <샤이닝>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보면 분명 이야기 꺼리가 많은 영화인 것 같아요.
여담으로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소설 원작을 갖고 만드는 영화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원작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역시 영화 장인의 손을 거친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그 감독의 색채가 많이 들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을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댓글과 공감~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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