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드 앤 굿 무비에서는 1993년 작 토니 스콧 감독, 크리스찬 슬레이터와 패트리샤 아퀘트가 주연한 영화 <트루 로맨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어떤 내용?
히어로 코믹스 가게(미국의 만화 판매점?)의 점원으로 일하며 홍콩 쿵푸 무비와 엘비스 프레슬리 매니아인 클레어렌스(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생일날 영화관에 갔다가 팝콘을 쏟으며 그에게 접근하는 알라배마(패트리샤 아퀘트)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그녀의 성격에 반해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녀는 클레어렌스의 직장 상사가 생일을 맞은 그를 위해 부른 콜걸이었던 것. 그런데 알라배마는 클로렌스와 시간을 보낸 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선언하고, 클레어렌스는 그녀의 그런 마음을 받아 들이며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곧바로 다음 날 바로 혼인신고를 하여 부부가 됩니다.
클레어렌스는 콜걸인 알라배마의 뒤끝을 깨끗하게 정리해 버리고 싶다는 마음에 그녀의 포주인 드렉슬(게리 올드만)을 찾아가 알라배마를 놔줄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져 결국 드렉슬을 죽이고 알라배마의 짐 가방을 챙겨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져온 알라배마의 짐을 열어보니 거기에 있는 것은 엄청난 양의 마약.
이에 두 남녀는 이 마약을 처분하여 돈을 마련해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되고 배우 지망생으로 살고 있는 친구 딕을 찾아 LA로 갑니다.
클레어렌스의 친구 딕은 마약을 들고 자신을 찾아온 두 사람을 영화 제작자의 조수로 일하는 엘리엇과 연결시켜주고 엘리엇은 다시 리 도노위츠라는 거물 영화 제작자를 연결시켜 마약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한편 마약을 잃은 드렉슬의 상부 조직원들은 그것을 되찾기 위해 클로렌스와 알라바마의 뒤를 추격해 쫓아오고, 설상가상 엘리엇은 마약을 소지한 채 차를 과속하다가 경찰에 걸려 마약 소지죄까지 뒤집어 쓰자 경찰의 끄나플로 도청기를 달고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으로 갑니다.
그렇게 클레어렌스와 알라배마는 마약을 들고 엘리엇, 친구 딕과 함께 리의 사무실로 가서 그와 거래를 마무리 하려 하고 뒤이어 그들을 따라온 마약 조직과 경찰들도 서서히 클레어렌스가 있는 리의 사무실로 모이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귀엽고 도발적인 로맨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클레어렌스와 알라배마의 만남에서부터 그들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과정과 그들의 도발적 행각(?)들을 보고 있자면 웬지 귀엽고 통쾌하단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은데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두 남녀가 주위와 벌이는 충돌들은 즉흥적인 것들이 많이 느껴지지만서도 그런 그들의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되고 보는 내내 내심의 응원을 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그들의 모습이 무분별한 일탈로 보이지는 않는 여러 장치들이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합니다.
<트루 로맨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대책없는 반사회적 인물들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죠.
안하무인으로 대책없이 까불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 신경 안쓰며 제멋대로 광기를 드러내는, 그런 캐릭터들과는 많은 차별점이 있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행동이 때론 잔혹하고, 즉흥적으로 내지르는, 그런 식으로 보여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는 맞은 편에는 더 거대한 힘들이 있고, 더 썩어있는 것들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순수한 로맨스를 지키는 모습에 귀여움이 있기 때문일 거라 느껴지네요.
이들을 귀여운 커플이라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 있자면 클레어렌스나 알라배마나 자신들의 정도는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클레어렌스가 알라배마를 위해 드렉슬의 아지트로 찾아가는 것이나, 사건이 벌어진 후 클레어렌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에피소드나 마약을 처리하려 친구를 찾아가 보여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쭉 보고 있자면...
두 사람이 자신들의 로맨스를 지키고 추구하는 바에는 충실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자신들을 위협하는 것들에는 망설임없이 대항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순수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들리는 알라배마의 나레이션을 보면 그러한 점은 더욱 의도가 느껴지는 것이죠.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 텔링의 힘은 바로 스크립트(시나리오) 자체에서 설정된 여러 장치들과 그 시나리오가 갖는 목표점이 명확한 까닭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쿠엔틴 타란티노의 시나리오
이 영화의 감독은 명감독인 토니 스콧이지만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쓴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 시나리오 자체에는 타란티노스러움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몇몇 부분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랄까? 그러한 그의 흔적들이 보여지는데 처음 클레어렌스의 캐릭터가 우선 쿵푸무비나 엘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하는 캐릭터로 만들어 있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에피소드들 가운데에서도 클레어렌스가 알라배마를 처음 만나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소니치바의 영화, 그리고 밖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식당 -이 장면 웬지 저는 펄프픽션의 첫 장면이 연상되네요 - 의 모습.
클레어렌스의 집에서 영웅본색2를 보고 있는 알라배마의 모습 등등...
그외 또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씬인 시실리언의 조상에 관한 데니스 호퍼와 크리스토퍼 월큰의 대화 씬. -이 장면 또한 펄프픽션의 사무엘 젝슨이 말하는 에스켈 서 씬과 비슷한 느낌?-
위트와 폭력이 뒤섞이는 이러한 상황 설정들이 아마 쿠엔틴 타란티노 시나리오의 최대 재미이자 장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스트에 등장 인물을 다 한 곳으로 집결시켜 서로 총질하기 시키는 장면들은 '저수지의 개' 들에도 나오는 설정이지만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나 하는 긴박감을 주고, 이야기를 폭력으로 해결시켜 버리는 깔끔함(?)을 주는 것도 타란티노의 시나리오가 갖는 재치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영화 곳곳에 타란티노의 냄새가 느껴지지만 과연 이 영화를 타란티노가 감독했다면... 아마 또 다른 색깔의 영화가 나왔겠죠?
그것도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토니 스코트가 만든 이 <트루 로맨스>가 제 취향에는 좀더 맞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물론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쓴 그 당시의 타란티노가 자신의 시나리오로 이렇게 영화를 만든 토니 스코트의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맘에 들어 했을까요?
▶지금은 낯익은 배우들이 있네?
이 영화를 지금 보면 또 쏠쏠한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출연하는 배우들인데요.
의외로 지금은 유명한 배우 선상에 서있는 인물들이 단역급으로 많이 출연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드렉슬로 출연해 '레옹' 이전에 이미 광기 어린 악당역을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게리 올드만.
모텔에서 마약 거래상으로 나와 속사포처럼 대사 떠들다가 총에 맞아 죽는 사무엘 잭슨.
드렉슬 조직의 고문 변호사로 한 씬 등장해 시실리언 농담에 열받아 총질하는 크리스토퍼 월큰.
클로렌스의 친구 딕의 마약에 취한 룸메이트 역을 능청스럽게 해내는 브래드 피트. 그리고 얼굴은 잘 등장하지 않지만 클레어렌스가 내적인 고민을 일으킬 때마다 시원하게 격려를 해주며 응원해주는 가상의 엘비스 프레슬리 역할을 한 발 킬머.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수 눈에 보이기도 하고 이런 면에서도 이 영화는 정말 타란티노 냄새가 강하게 풍깁니다.
이러한 배우들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사소한 재미인 것 같아요.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타란티노 관련 책에서 <트루 로맨스>의 대한 타란티노의 인터뷰를 보니 원래 이 영화의 마지막은 클레어렌스가 죽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감독인 토니 스콧은 이 귀여운 커플을 다 살려두고 싶다는 생각에 두 가지를 모두를 촬영했다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최종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타란티노는 여전히 자신의 원래 시나리오의 결말을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토니 스콧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긴 하지만...
그 내용을 보니 저도 문득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저는 지금 영화의 결말이 더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커플의 미래가 밝게 마무리 되는게 전 역시 좋은 것 같아요^^
이상으로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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