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장르소설3 [창작단편소설] 킬러 (Killer) 고즈넉한 고궁에는 새하얀 벚꽃 잎들이 눈송이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 놓여있는 벤치에 한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사이로 간간히 산책을 나온 사람들, 애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 다정한 연인들 등이 지나치곤 했지만 거의 소음이라는 게 없을 정도로 주위는 조용했다. 그때 어디선가 굴러온 축구공 크기의 노란색 고무공이 할머니의 발쪽으로 와서 ‘툭’ 부딪쳤다. 책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시선을 공쪽으로 두다가 고개를 들어 공이 굴러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짙은 선글라스를 낀 사내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할머니는 웃으며 책을 덮고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케이?” “그렇소.” 사내는 사무적인 얼굴로 벤치에 걸.. 2011. 1. 18. [창작단편] 살의의 시대 이제 온 세상의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다. 피가 끓는 것처럼 살의에 몸부림치던 사람들도 이제 여섯 명만이 남아있다. 그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리들은 끊임없이 살의에 몸을 맡겨야 했고 타인을 죽임으로써 그 악독한 욕망의 끝을 보기를 원했다. 그 후라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살인! 어떻게 해서든 타인을 죽임으로써 자신들은 안심할 수 있는 끔찍한 시기인 것이다. 어쩔 수가 없었다. 타인들의 존재는 자신들에게 위협의 존재였다. 언제 어디서 그들은 살인자로 돌변해 자신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지 몰랐고 언제 자신들을 쓰레기를 짓밟듯이 눌러버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오로지 내가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변했다... 2011. 1. 10. [창작단편] 양 세는 소녀 “엄마, 잠이 안와....” 소곤거리듯 들리는 목소리에 잠에 빠져 있던 화연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불이 꺼진 방안의 어둠 속에서 까만 망막에 비친 두개의 빛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멍해있던 화연은 조금 지나서야 침대 옆에 서있는 조그마한 실루엣이 채린이임을 알아챌 수가 있었다. 화연은 자신의 치렁거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상체를 일으켰다. “채린아, 왜 그래?” “잠이 오지 않아. 엄마.....” 채린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힘없이 말하자 화연은 가만히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낮에 잠잤었구나?” 채린이는 빼꼼이 화연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음, 그럼 왜 잠이 안 올까?” 화연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채린이를 가만히 쳐다봤다. 채린이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뭔가 망설.. 2011. 1. 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