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작 <영웅본색>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 <무적자>에 송승헌이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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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또 다시 리메이크에 관련 된 포스팅을 하게 됐는데요, 사실 <영웅본색>이란 영화는 제게 있어서 좀 특별한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 관심있게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연령이 있으신 분이나 그 당시 학생시절을 겪으셨던 분이라면 아마 이 영화와 또 하나의 홍콩영화 <천녀유혼>에 대한 기억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그 만큼 <영웅본색> 이란 영화가 한국에 처음 소개 되었을 때 상당한 파장을 주었다는 겁니다.
저는 이 영화를 동시상영관에서 처음 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동네 변두리에 저런 동시 상영관, 이른바 삼류 극장이 많이 있었죠. 재 개봉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선배와 함께 시간도 때울겸 들어갔다가 정말 이건 뭔 영환가 하고 우연히 봤던 영화가 바로 <영웅본색>이었습니다.
그리고...? 다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선배와 나는 정말 멍~ 때렸죠.
이런 영화가 있었다니. 이렇게 피를 끓게 만들고, 가슴을 뛰게 하고, 싸나이의 진한 의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정말로 남자의 로망이 듬뿍 담긴 이런 영화가.
그건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시절에 그만한 감동을 준 영화가 흔치는 않았으니.
그런 그 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영웅본색> 리메이크 소식은 정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고 그때의 그 기억을 다시 떠 올리게 합니다.
캐스팅에 대한 얘기 전에 그럼 도대체 <영웅본색> 이란 영화가 도대체 뭔 영환지 한번 얘길 해 보겠습니다.
86년 작이니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테니까요.
1980년대 바야흐로 홍콩은 1997년 중국 반환을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 지내던 홍콩 사람들은 97년 이후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으로 반환이 되어지면 과연 자신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하고 혼란스런 지경에 빠지지요. 그런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감이 조금씩 영화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폭력과 짙은 어둠의 페이소스로 뿜어내는 영화들이 나오게 되죠.
이러한 홍콩 영화들이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대거 한국에 수입이 되면서 일대 전성기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우리는 '홍콩느와르'라는 신조어로 부르게 되죠.
<영웅본색>은 그 홍콩느와르 영화들의 시조격이고 출발의 신호탄 같은 영화로 한국에서 자리매김합니다. 늘어뜨린 바바리 코트와 입에 문 성냥개비, 검은 선글라스, 양손에 든 쌍권총, 아크로바틱같은 슬로우 모션의 총격씬. 이러한 코드들을 날리며 그 후 80년대 후반, 90년 대까지 홍콩느와르는 앞서 얘기한 대로 한국에서 중흥기를 맞게 됩니다.
<영웅본색>의 스토리는 구조는 단순합니다.
홍콩의 암흑가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남자가 있고 그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의리의 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에게는 형이 조직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찰 동생이 있죠. 그런데 조직의 또 다른 야망을 가진 사내가 그와 그의 친구를 위협합니다. 결국 음모에 빠져 남자는 감옥에 가고, 그의 친구는 복수를 하다가 총상에 한쪽다리를 저는 불구가 됩니다.
출소하고 나온 남자를 동생은 증오하죠. 그리고 조직은 계속해서 그를 위협하고 유혹합니다. 결국 '개처럼 사느니 영웅처럼 죽고 싶은' 친구와 함께 남자는 마지막 결단을 하게 되죠.
<영웅본색>은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고 계신 오우삼 감독님의 연출작입니다.
한국판으로 다시 만들어지게 될 <영웅본색>은 우선 제목이 <무적자>로 바뀌고 내용도 조금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출은 송해성 감독님이 맡게 됐구요.
<파이란><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영화를 감독하신 감독님인데 전 개인적으로 <파이란> 같은 분위기나 톤을 가진 영화면 좋을 듯 싶습니다.
자, 그럼 이제 캐스팅 얘길 해보죠.
1. '송자호' 역 (홍콩판 : 적룡 - 한국판 : 주진모)
원작에서 송자호라는 인물은 암흑가에 몸담고 있는 사람치고는 굉장히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친구인 소마와 동생 아걸, 심지어는 조금 후 그를 배신하게 될 아성에게까지 잘 대해주죠. 그러다 그는 곧 햄릿과 같은 고민에 빠집니다. 동생인 아걸과 친구인 소마와의 의리 때문이죠.
사실 원작 <영웅본색>에서는 이 송자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려져 갑니다. 그러니 이 캐릭터가 주인공인 셈이죠. 하지만 소마 역을 맡은 주윤발의 카리스마가 워낙 인상적이다보니 조금 빛이 바래진 역활이기도 했습니다.
송자호배역을 연기했던 적룡은 얼마전 한국영화 <조폭마누라3>에 임회장 역으로 특별 출연을 하기도 했죠.
한국판에서는 주진모가 이 역활을 맡게 됐습니다. 글쎄요. 어떤 식으로 인물이 각색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비주얼로 봐서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군요.
이웃집 아저씨같은 이미지의 적룡에 비해 주진모는 좀 날카로운 느낌이 강한 듯 하네요. 하지만 그 동안 연기력에 있어선 주진모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여겨지니 나름의 캐릭터로 잘 소화해 내리라 기대합니다.
2. '소마' 역 (홍콩판 : 주윤발 - 한국판 : 송승헌)
처음 이 캐스팅 소식을 봤을 때 참으로 송승헌도 고민이 많았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앞서 말한대로 주윤발의 소마 역활은 이 <영웅본색>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죠. 굉장히 마초적인 캐릭터고 한 마디로 됫골목에서 잔 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게다가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닐진대 과연 송승헌의 연기가 그 만큼의 에너지를 뿜어내 줄 수 있을런지 자뭇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원작에서의 주윤발의 소마는 그렇게 인상적인 캐릭터 입니다. 주윤발 자신에게도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전환기의 배역이기도 했죠. 하지만 어찌보면 이 배역은 홍콩느와르 영웅의 이미지에 시작입니다. 진정한 완성은 차후 나오게 되는 홍콩느와르 최고의 완성작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The Killer)>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확정이 된 캐스팅이지만 송승헌도 참 부담도 많이 되겠구나 싶네요.
리메이크 판이다 보니 내용에 따란 인물의 캐릭터 성도 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소마 역활 만큼은 원작의 카리스마를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송승헌... 어떨까요...
3. '송아걸' 역 (홍콩판 : 장국영 - 한국판 : 김강우)
송자호의 동생 역활입니다. 장국영이 연기 했었죠.
아, 장국영의 얘기를 하려니 마음이 좀 싸 해 옵니다. 너무나도 안타깝게 떠나간 배우이기 때문이죠. 홍콩 영화의 큰 별이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던 배우인데 그렇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정말 아쉬움 뿐입니다.
아걸 역은 원작에서 여린 캐릭터로 보여집니다. 경찰학교에서 형인 송자호와 만나는 장면은 정말 딱 동생이라는 역활 이미지 그대로지요. 하지만 점차 형을 증오하는 캐릭터로 바뀌면서 조금 천덕꾸러기 같은 모습이 됩니다. 형의 본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대립하거든요. '소마'에게 총을 겨누기도 하고요.
그런 캐릭터지만 결국 나중에 가서는 형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걸의 역활은 사실 <영웅본색2>에서 그 빛을 발합니다. 죽은 소마가 부활하고 아이러니하게 아걸은 죽음을 맞죠. 그 씬은 2편에서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김강우의 이미지로 이러한 캐릭터가 잘 만들어 질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가 됩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장국영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식객>에서 보였던 그 서글서글한 이미지에 조금만 더 캐릭터의 연구가 있다면 저력은 있는 배우라고 생각됩니다.
4. '아성' 역 (홍콩판 : 이자웅 - 한국판 : 조한선)
원작의 이자웅이 연기했던 아성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역입니다. 자신의 욕심과 권력욕으로 잘 대해주던 형님들을 배신하고 조직의 실권을 가로채죠. 캐릭터는 그렇지만 사실 비중으로 따진다면 원작에서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이자웅이란 배우는 좀더 배우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후에 그는 <첩혈가두> 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캐릭터 중 한명으로 양조위, 장학우 등과 열연을 하기도 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는데 그 이후로는 크게 등장한 영화가 드물거든요.
한국판에서는 조한선이 이 역을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느낌상 한국판에서는 이 캐릭터가 아마도 조금 비중이 커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중한 이미지의 조한선이 악역으로서의 변신을 어떻게 잘 만들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전 어떤 영화 건 주인공의 장애물인 악역의 캐릭터가 강력해야 그 영화의 이야기가 더 힘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확실한 연기력을 검증 받지 못한 조한선이 과연 얼마나 악역의 에너지를 뿜어내 줄 수 있을지 그것도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이상 네 명의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이제 한국판 <영웅본색>인 <무적자>는 그 제작에 본격적인 궤도로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네 명의 배우들이 신인급 연기자는 아닌 까닭에 선 굵고 정말 남성적인 카리스마의 영화가 나와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걱정도 되지만 제가 예전 그 시절에 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느꼈었던 그러한 추억과 신선한 기억들, 그리고 아련한 영화의 동경을 부디 손상시키지 않는 또 하나의 독특한 한국형 <영웅본색>이 만들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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