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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관

맨 온 파이어(Man on Fire, 2004) - 소녀를 위한 한 남자의 애틋한 폭주

by 멀티공작소 200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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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는 1시간에 한번 꼴로 유괴 사건이 일어난다...'

이러한 자막과 함께 현란한 비주얼과 편집으로 영화는 한 청년이 유괴되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엽니다. 청년이 괴한들에게 유괴되는 과정과 협상,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시퀀스로 설명되어지죠.
오프닝의 이 짤막한 에피소드는 이후 이 영화가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이며 그로인해 벌어지는 굉장히 긴박한 사건들로 채워져 있음을 암시합니다. 

대체로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영화적 메리트는 유괴한 쪽과 유괴된 사람(아이)를 되찾으려는 쪽의 치열한 심리싸움과 결과까지 이르는 긴박감으로 서스펜스를 이끌어 갑니다. 그 과정 속에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나 사건들이 연쇄고리를 이루며 발생하고 결국 싸움의 목적달성을 어느 측에서 이루어 내는 가가 결말을 좌우하게 되죠.
사회적이나 도덕적 관점에서 '유괴'라는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절대악이기에 결말의 대부분은 결국 되찾으려는 쪽의 승리로 마무리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드라마트루기에도 조금씩의 변주는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오게 되겠죠. 


토니 스콧 감독에 덴젤 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영화 <맨 온 파이어>는 사실 유괴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유괴 사건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존 크리시' 라는 한 사내의 복수극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크리시의 용서없는 잔혹한 복수의 근원은 바로 '피타' 라는 소녀의 유괴였고, 그 아이의 죽음이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피타라는 소녀가 그에게 어떤 존재였길래...?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멕시코 시티입니다.
과거 자신의 행적에 대한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죄의식과 고독감에 알콜 중독으로 삶의 의지를 느끼지 못하던 크리시에게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가 피타라는 소녀의 보디가드를 맡아 줄것을 제의합니다. 유괴가 수시로 일어나는 남미의 도시에서 피타의 부모는 딸의 신변을 걱정했기 때문이죠.

크리시는 그렇게 보디가드가 되어 피타의 집에 상주하며 소녀의 등하교길에 운전사 역활을 하면서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소녀 피타는 호기심을 느끼며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지만 크리시는 마음 문을 쉽게 열지 않죠. 하지만 권총의 불발로 자살 실패를 한 이후에 크리시의 마음에는 조금씩 변화가 옵니다.
그렇게 어린 소녀와 보디가드는 점차 인간적 교류가 이어지게 되고 그러던 중 피타의 유괴사건이 발생하죠.

 

 


경찰과 변호사가 개입해서 몸값 협상이 이루어 지지만 곧 차질이 발생하고 결국 피타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유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던 크리시는 몸을 회복하고 피타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이제 유괴에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 피타의 복수를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사실 인물들이 묘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데요, 주인공인 크리시와 피타의 감정교류가 그것이죠. 어린 소녀와 내면이 상처투성이인 보디가드는 꼭 젊은 남녀의 사랑같은 감정교류가 느껴집니다.
영화는 피타의 유괴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에피소드들로 그러한 감정교류를 보여주는데에 주력하지요. 뒤이어 벌어질 크리시의 복수극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두 인물의 감정선이 애틋하게 베이스로 깔려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무리없이 받아 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덴젤 워싱컨과 다코타 패닝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크리시 베어'라는 영화 속 별칭이 너무나 잘 어울릴 만큼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캐릭터에 녹아있죠. 그리고 아역 배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한 감정선들을 표현해내는 다코타 패닝의 연기는 매력적입니다. 그러한 두 배우의 호흡은 학교와 집을 오고가는 차 안 대화 씬들에서 빛을 발합니다. 눈빛 하나, 손짓하나가 정말 섬세하죠.





거기에 더해지는 것이 바로 토니 스콧 감독의 연출일 겁니다. 
과거 초기의 <탑건>에서부터 최근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펠햄123> 같은 영화까지 매끈하게 잘 빠져 생산된 다양한 기능의 가전제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온 이 감독은 역시나 그 장인다운 장기를 발휘하여 메카니즘으로서의 영화를 새롭게 창출해내고 때론 과격하게 느껴진다 싶을 정도의 편집기술을 발휘하죠.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형식으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그의 연출자로서의 장기는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보여집니다. 

하나의 사실에서 또 하나의 사실로 이어지며 밝혀지는 드라마의 구성도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한편의 영화 안에서 멜로 드라마와 복수활극을 보는 듯한 드라마적 구성도 절묘하게 이어지죠. 비록 라스트의 결말이 아주 뒤통수를 치는 커다란 반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어나가는 이 흐름은 정말 흡입력이 큽니다 .



이렇게 <맨 온 파이어>는 여러 면에서 참 다채로운 영화란 인상을 줍니다.

시나리오의 극적 구성과 멕시코라는 공간적 느낌,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현란한 비주얼...

어쩌면 지극히 허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로 읽혀질런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속의 감수성과 눈을 자극하는 영상들은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나름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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