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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관

파리 텍사스 (Paris, Texas, 1984) -볼만한 고전영화 추천 No.9

by 멀티공작소 2018.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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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텍사스 (Paris, Texas, 1984) /  상실한 남자가 찾고자 하는 것

이번 올드 앤 굿 무비는 1984년작 빔 벤더스 감독, 해리 딘 스탠튼과 우아한 미모의 나스타샤 킨스키 주연의 <파리 텍사스>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어떤 내용?

한 남자가 황량하고 메마른 미국 텍사스의 사막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커다란 물통을 손에 든 채 그는 빨간 모자에 초라한 행색의 낡은 정장과 갈라진 입술, 그리고 공허한 눈빛으로 영혼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사막을 걷고 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트래비스.

 

얼마 뒤 트래비스는 기절한 채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그의 건강을 염려한 의사는 그의 지갑 속에서 명함을 찾아내 명함 속 인물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는 바로 트래비스의 동생인 월트(딘 스톡웰). 그는 LA에 살고 있었습니다.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되고 당황한 월트지만 결국 먼 길을 날아와 형인 트래비스와 조우를 하게 됩니다.

4년 동안이나 실종됐던 형을 걱정하고 있는 동생은 형을 찾게 된 것에 기쁨과 근심이 교차합니다. 그런데 형은 동생에게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기이한 행동을 보이죠. 그래도 동생인 월트는 계속해서 형과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비행기를 거부하는 트래비스때문에 결국 자동차로 먼 거리를 달려 월트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함께 차에 동승해 이동하며 트래비스는 어느새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해 월트와 대화를 나눕니다.  

드디어 LA의 집으로 도착한 두 사람.

그곳에서 트래비스는 월트의 아내 앤,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들 헌터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월트 부부의 근심거리는 바로 이것이었죠.

트래비스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하며 그동안 키워왔는데 형이 나타남으로 해서 아이가 내상을 입지나 않을까 하는 근심이요.

하지만 혈육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렇게 형과 함께 그의 아들, 동생 내외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방황을 한 듯 보이는 트래비스의 모습은 여느 사람과 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동생의 집에서 생활해 가면서 곧 아들과 서먹한 관계도 차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아들인 헌터 역시 세살 때 헤어진 아버지의 기억이 희미해서 어려워 하지만 곧 조금씩 트래비스를 향해 마음을 열어 갑니다.

그러던 중 트래비스는 앤을 통해서 잃어버린 아내 제인(나스타샤 킨스키)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어느 날 아들 헌터와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를 찾으러 또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렇게 두 부자는 가까스로 알아낸 아내의 위치를 찾아내고 트래비스는 그녀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요...

 

▶그 남자는 무엇을 잃어 버렸나? 

영화의 처음부터 펼쳐지는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의 이미지들이 깊은 인상으로 와닿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이미지와도 어쩐지 겹쳐보이는 정서적 느낌을 주는 이 장면들은 그곳을 가로지르는 트래비스의 모습과 지금의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는 듯 하죠.

영화를 보면 그가 왜 사막같은 세상, 세상같은 사막을 방황하고 있는지가 설명이 되어지는데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라는 인간의 근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곳에 자신이 부모님이 처음 사랑을 나눈 곳이고 그렇게 그들의 유전자로 만들어져 태어난 시작이 있고 그 시작을 그는 찾아보고 싶었던 것이죠.

그럼 왜 그는 그것을 찾고 싶어한 것일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아이가 생기고 했을 때 그에게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고, 그는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라 여겨집니다.

사람은 불행이 닥쳤을 때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존재죠.

그 불행의 시작이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길 때가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 사람은 그 불행의 시점에서 다시 이전으로의 되돌기를 꿈꾸게 되고 그 시작을 다시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기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트래비스는 자신으로 인해 자신의 행복과 가족들의 행복이 돌이킬 수 없게 파괴 되었고, 그것을 되돌리고 싶은, 되찾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근원을 돌아본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사진 한 장을 들고 자신의 최초를 확인하려 방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오래된 필름 속에서 그가 찾은 것

영화에서 보여지는 오래된 수퍼 8mm 필름의 영상은 이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함축적으로 시사해주는 결정판으로 느껴집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 과거 속 영상은 그가 잃어버린 세계의 완전체였고, 지금은 너무나 멀어져 버린 추억과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세계인 것이죠.

궁극적으로 트래비스는 그 세계를 다시 만들기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사실 쉽지가 않은, 아니 어쩌면 한번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듯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시각으로 생각해 본다면... 영화의 필름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리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그 필름이 존재하는 한 말이죠.

그래서 그 필름은 트래비스의 희망의 상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 속 8미리 영상은 양쪽의 중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면서 이 영화가 갖는 테마를 함축적으로 시사해주는 장치로 쓰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상을 가만히 지켜보는 트래비스는 과연 어느 쪽으로 생각했던 것일까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아픈 기억과 상처에 대한 후회일까요? 아니면, 다시 저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희망일까요?

어쩌면 이 영화 자체가 그러한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던져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처음과 마지막을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으로 시작해서 따뜻하고, 정감어린 재회로 마무리 합니다.

이것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에서 결론을 재단하여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개인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감상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느낌대로 받아 들이시는 것이 중요하죠^^

 

▶라스트 20여분의 숨막힘

영화의 라스트 즈음에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는 유리벽 전화방(?) 씬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유리를 사리에 두고 마주한 트래비스와 제인의 이 20여분 간의 대화 씬에 빔 벤더스의 감독으로서의 뛰어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긴 롱테이크 컷들로 편집된 가운데 짧은 반응 컷들을 적절히 몽타주하여 두 인물의 감정선과 전체 이야기의 기승전결 맥락을 풀어주는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무엇보다 이 롱테이크 컷들의 긴장도가 엄청납니다.

영화관에서 보고 있다면 조그만 숨소리를 내기도 미안할 정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집중을 시키는데 이렇게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빔 벤더스의 예리한 디렉팅이 있기 떄문이겠죠.

몇 가지 생각을 해보면,

유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눠진 룸의 구조에서 (셋트일거라 생각 되는데) 어떻게 컷을 배분하고, 캐릭터들이 어떻게 액션을 취하며 카메라 무빙을 가져 가는지 다 계산이 되어 촬영이 되었겠죠.

거기에 대화 자체는 전화기를 통해 기계적 음성으로 서로 소통이 된다는 설정으로 그 정서를 만들어 내고, 한 컷의 시간이 긴 롱테이크이니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을텐데 두 남녀 주인공 배우의 절제된 연기 컨트롤이 기가 막히게 잘 이루어져 있어 정말 집중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감정선을 드러내는데에 신파적인 음악을 덧입히지도 않고 거의 효과음도 없이 20여분간을 끌어간 것을 보면 이것으로 빔 벤더스 감독이 이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하려 했는지 추측을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예를들어 한국 영화에서 이러한 장면이 보여진다고 했을 때를 한번 상상해 본다면...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대사와 음악, 눈물을 쏟아내는 연기...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아, 물론 이러한 신파도 어떤 영화들에서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요소들도 필요할 때가 분명 있어요. 너무 남발하는게 문제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는 이 라스트의 절정 씬이 아주 절제된 연출과 연기,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몰입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20분으로 이 영화는 아주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이러한 감각적 연출에 또 하나 강하게 뇌리에 박히는 그것.

그것은 라이 쿠더의 기타 연주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순간 순간 등장하여 듣는 이의 페부를 찌르는 듯한 기타 선율을 들려 주는데...

참, 기타 하나로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찌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함이겠죠.

사막의 황량함과, 세상의 메마름과, 그러한 것들을 마치 읽어내기라도 하듯 이 기타음은 요란함도 없이 사람의 속을 파고 드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이전 죠스의 포스팅을 하면서 죤 윌리암스의 OST에 대해 얘기한적 있었는데, 하~ 이 영화 또한 이 라이 쿠더의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넓히게 해줍니다. 

연주 음악 자체만 들어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요. 참 좋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 선 사람들

 

금까지 <파리 텍사스>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디서 시작됐으면,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정말로 복합적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은 2시간짜리 영화와는 달리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죠.

시작과 중간과 끝...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서, 어디를 걸어가고 있을까요...?

이상으로 오늘 이야기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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