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전 영화 추천에서는 1994년작 왕가위 감독, 임청하, 금성무, 양조위, 왕비(이때는 왕정문) 주연의 풋풋한 분위기 나는 홍콩 영화 <중경삼림>에 대해 이야기 해불게요~
▣줄거리
첫번째 이야기.
No.223 경찰인 하지무(금성무)는 범죄자를 쫓는 중에 금발의 선글라스를 쓴 여인(임청하)와 스치게 됩니다.
금발 여인은 마약을 밀매하는 일을 하는 그녀는 Bar를 운영하는 중개인을 통해 밀매에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고, 그들에게 돈과 옷, 물품 등을 제공하면서 준비한 마약을 운반할 준비를 하죠.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하지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속 다른 여자들에게 전화를 하며 실연한 아픔의 기억을 잊으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한편, 사람들을 고용해 마약을 운반하려했던 금발 여인은 배신을 당하고 고용인들은 모두 그녀의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별 수없이 배신자들을 찾아 나서는 금발 여인.
생일을 맞은 하지무는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5월1일이 기한인 파인애플 캔을 사 모두 먹어 치우고 술집으로 가 처음 술집으로 들어오는 여인을 사랑하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들어온 여인은 바로 금발의 그 여인입니다.
그녀에게 접근한 하지무는 결국 그녀와 하룻밤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두 번째 이야기.
또 다른 경찰 663(양조위)은 순찰 중 항상 샐러드를 주문하는 단골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크게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을 틀어 놓고 일을 하는 새로 온 점원 페이(왕정문)를 만나게 되고 페이는 그에게 은근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얼마 뒤, 663은 사귀던 스튜어디스 애인이 떠나버리면서 실연을 겪게 되고, 페이도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그러던 중 663의 스튜어디스 애인은 이 패스트 푸드점이 그의 단골 가게인 것을 알고 찾아와 자신이 갖고 있던 그의 집 열쇠와 편지를 그에게 전해 달라며 맡기게 되고 가게의 주인과 점원들은 몰래 그의 편지를 뜯어 읽어 봅니다.
페이 역시 그의 편지를 읽고 집 열쇠를 자신이 맡는데요. 그녀는 663이 집에 없는 동안 그의 집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조금씩 예전 애인의 흔적들을 지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집 안의 변화에 이상하게 생각하는 663은 어느 날 근무 중에 집에 왔다가 마침 안으로 들어오려던 페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변명으로 얼버부리며 간신히 위기를 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663도 점차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비번이 되는 날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약속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요...
▣왕가위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은 실연 당한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종류로 보자면 사실 흔하디 흔한 실연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아주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만든 것은 감독을 한 왕가위 감독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했던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를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중경삼림>은 나름대로 달달한 느낌이 들어 역시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굉장히 당시의 트렌디한 형식과 내용이 있어서 지금봐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열혈남아>에서는 긴장과 거친 느낌의 형식으로 처음 사용된 스탭 프린팅 기법의 영상 연출이 이 <중경삼림>에서는 비슷한 기법이지만 더욱 세련되고 정중동(靜重動)한 다양한 느낌을 주게 되죠.
이 감각적인 영상이 영화 공개 후에 정말 여러 매체, 특히 광고 같은 곳에 자주 쓰일 정도로 유행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영화 형식적으로의 트렌디한 모습이 있지만 스토리의 진행이나, 대사 등에서도 이 영화는 감각적인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미디어에서 패러디를 하기도 하는,
'사랑의 유효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
라는 대사나,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울리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왕정문이라는 배우의 주제곡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쾌하게 귀에 익숙해져 갑니다.
실제 페이 역의 가수이기도 한 왕정문은 영화에 삽입된 주제곡인 또 하나의 음악 크린 베리스의 드림스(Dreams)를 편곡, 번안한 노래 <몽중인(夢中人)을 부르기도 했죠.
이렇듯 이 영화 <중경삼림>은 이야기, 영화적인 형식, 음악의 사용 등 모두가 익숙하지만 뭔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느낌을 강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를 시나리오도 없이 거의 즉흥적인 연출로 촬영을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러한 제작 방법으로 더욱 빠르고, 즉흥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숨바꼭질 같은 영화
그런데...
이 영화의 스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네 명의 남녀 등장인물 모두가 무언가를 상실하고, 무언가를 찾아 다니는 그러한 진행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임청하가 연기한 금발의 여인은 잃어버린 배신자들을 찾으러 돌아 다니고, 패스트 푸드 점원인 페이는 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들으며 뭔가 자신이 이상하는 것을 찾길 원하는 것 같고, 그녀들과 이어지는 남자 두 사람은 연인을 잃어 상실된 사랑에 아파하고...
이렇듯 두 이야기 속에서 사각으로 연결되어 알게 모르게 서로 스치는 네 인물은 자신의 삶 속에서 상실된 것에 아파하고, 새로운 뭔가를 찾아 움직이는 그러한 캐릭터들로 읽혀집니다.
즉, 영화 속에는 상실의 공허함과 숨바꼭질 놀이 같은 재미가 느껴져요.
무겁지만 가볍게, 슬프고 아프지만 유머러스하게 이 네 사람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끔 영화가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영화 <중경삼림>은 보고 나면 왠지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숨바꼭질을 하는 긴장은 있지만 술래가 숨은 아이들을 찾았을 때 드디어 '찾았네!' 하는 깔끔함? 그런 것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영화는 당시의 형식적인 부분은 물론 내용의 구성으로도 감각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 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끝까지 묘한 유쾌함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할게요~
왕가위 감독의 예전 영화는 차후에 <동사서독>을 가지고 한번 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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