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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관

블랙 스완(Black Swan, 2010) - ‘완벽’ 을 향한 내면의 전쟁

by 멀티공작소 201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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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스완>의 독법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발레의 예술적인 난해함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죠.
예술을 하는 한 인물의 ‘예술적 광기’를 소재와 아이템으로 다룬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왔던 그러한 캐릭터에 스토리라인 역시 내면의 선과 악의 실체화라는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완벽한’ 예술적 성취를 위한 위험한 도박의 줄타기를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너무도 잘 알려진 발레의 고전이기에 사실 이 영화의 내러티브(narrative)는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백조의 호수’ 보다는 그 백조의 호수를 발레리나로서 소화를 해내야 하는 뉴욕 시립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라는 캐릭터를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죠.

 




보기에도 가냘프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는 니나의 모습은 발레리나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는 듯 보입니다.
마치 하얀 깃털 같은 이미지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이 바로 그녀에게는 더없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백조의 역할은 그것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대적하는 존재인 쌍둥이 1 2역의 ‘흑조(black swan)'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하는 때문이죠.

이렇게 한 사람의 발레리나로서 니나가 창조를 해야 하는 캐릭터는 선과 악을 오가는 백조와 흑조의 이미지를 동시에 만들어내야 하는 고뇌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화이트와 블랙, 선과 악, 불과 물 같은 상반된 이미지의 두 인물을 창조해 내야하는 니나 내면의 혼란스러움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상황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복잡한 심리를 그려냅니다.





그 상황이란 것은 예술적 창조와 그 성취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신의 모친으로부터 쏟아지는 기대감, 예술 감독 토마스의 심리적 압박, 그리고 주변 단원들의 질투와 시샘의 시선들 등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외적 상황들이 니나 내면의 불안과 욕망에 뒤섞여 결국 그녀 내면의 잠재된 세계가 현실화 되어 분출 되는 것으로 영화는 극적인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그러한 과정이 영화의 전체적인 서스펜스를 이끌면서 한 발레리나의 예술적 고뇌가 어떻게 현실을 갉아 먹으면서 광기 어린 창조로 이어지는지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 <블랙 스완>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그렇게 섬세한 영화 속 인물을 표현해내는데 배우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투여했는지 영화를 보면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 정도의 발레 동작들을 단 기간에 소화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또한 니나라는 인물에게 바짝 밀착되어 쉴새없이 그녀의 발레 동작들을 근접해서 마치 인물 내면으로 파고 들어갈 듯 포착해내는 스테디 캠과 핸드헬드를 이용한 영상의 연출이나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니나의 동선을 순간순간 긴박감 있는 전환으로 몽타주 해놓은 부분들은 감독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력이 니나라는 캐릭터의 내면과 외면의 변화와 충돌을 역동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영화 속 니나는 그 내면의 전쟁에서 스스로를 파괴시킴으로써 결국 완벽한 예술적 창조와 자기가 이르기 원한 성취를 이뤄냅니다. 상처를 뚫고 날개를 펼쳐 내면서 말입니다.

예술이 꼭 이렇게 해야만 이룩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현실적 의문이 생기는 점도 있긴 하지만 ‘영화를 영화’ 로서 받아들인다면 이 영화 <블랙 스완>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음악과 역동적인 영상의, 본능과 이성을 오가는 현실과 환상의, 그렇게 여러 상반된 상황들의 변증법적 충돌로 만들어지는 서스펜스로 지루하지 않은 발레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니나의 그러한 예술적 집념을 파괴적인 결말로 지켜본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겠지만 니나가 마지막에 읊조린 그 완벽함을 이룬 것을 봤을 때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예술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스스로를 파괴하는 댓가로 얻게되는 어떤 경지에 이르는 희열, 그것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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