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도서관

인간 의식이 가진 수수께끼 <살인자들의 섬>

by 멀티공작소 2011. 9. 1.
반응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의해 주세요^^)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은 원제가 ‘shutter island’.
이 소설은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품 연기로 주연을 했던 영화 '셔터 아일랜드' 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지독하게 비극적인 가족사를 가진 한 사내의 슬픈 이야기로도 읽히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그런 비극적 사건의 이야기들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추리극의 치밀함과 역사적인 음모론, 상황을 전복시키는 반전의 장치들을 덧입혀 소설을 읽는 이들을 순식간에 긴장하도록 만드는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테디와 처크라는 두 명의 연방 수사관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데서 시작된다. 수사관인 그들이 섬으로 들어가는 목적은 섬에 있던 한 여성 환자의 실종에 관련하여 수사를 하기 위해서다.고립 된 섬에는 정신병자들을 위한 수용소가 있는데 그들은 모두 범죄자들이다.
섬에 도착한 두 명의 수사관은 역시나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고 힘겹게 실종 사건을 수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초반의 설정부터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뿌려 놓는다. 고립된 섬, 정신이 온전치 않은 범죄자들, 폭풍이 몰려 오고. 뭔가 수수께끼가 가득할 것 같은 수용소의 그로데스크한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테디와 처크의 수사는 진행이 되면서 점차 벽에 부딪친다. 애초 레이첼이라는 이름의 여성 환자의 실종 사건이 일어난 상황부터가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의 상황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의문투성이다. 게다가 정말로 '4의 법칙' 이라는 수수께끼가 주어진다.


'나는 47
그들은 80이었다.
+당신은 3

우리는 4
하지만
누가 67?'


레이첼이 남긴 의문의 이 메모는 더욱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만들지만, 테디는 집요하게 이 사건을 파고 든다. 동료인 처크를 제외하고는 -아니, 결국에는 그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만- 수용소의 모두를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는 적들로 간주하고 철저하게 자신의 머리와 직감에 의지해 사건이 갖고 있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밝혀내려고 애쓴다. 그런데 실종된 레이첼이 홀연히 나타나면서 사건은 다시 또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흐르고 여기에 테디가 사실은 수용소에서 비밀리에 자행되는 인체 실험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임무를 맡고 섬으로 왔다는 새로운 사실들이 덧입혀 지면서 이제 이야기는 온통 진실을 알 수없는 수수께끼의 혼돈으로 치달아 간다.

이 소설은 이렇게 수많은 수수께끼들로 가득하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예상치 못하게 진행되면서 하나하나의 새로운 사건들, 사실들이 벌어질 때마다 수수께끼는 더욱 블랙홀로 빠져 드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마도 그것이 이 소설을 스릴러로서 더욱 매력있게 흡입하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정신 병원이 배경이다보니, 많은 환자들이 등장하고 분위기부터가 어느 것이 진실을 담은 의미인지, 아니면 왜곡된 정황인지 혼돈의 연속인 점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희뿌연 막을 더욱 두텁게 한다. 그 막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정보는 조금씩 벗겨지지만 결코 마지막까지는 진상의 모든 것을 밝히지 않는다. 작가가 설치해 놓은 시나리오가 그만큼 탄탄한 서사 구조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리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시나리오가 소설 속 한 인물의 머리 속에서 모두 짜여져 맞춰진 사실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연극 배우처럼 그것을 연기한 셈이고. 결국 이것이 모든 사건의 전말이 되는 셈이지만 여기서 왜 이런 시나리오가 머리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한 인간의 의식(또는 삶) 속에 담겨 있는 충격적인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들에 갖게 되는 스스로의 의문이 결국 스스로의 수수께끼를 만들고 정답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실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챗바퀴처럼 이 시나리오가 하나의 사이클을 계속해서 돌기만 할 뿐 정작 정신적인 치유의 진행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시나리오를 만든 자의 문제이고 이 시나리오를 따라가 주면서 정작 시나리오 밖에 있는 진실을 바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배우들의 안타까움이다.

수수께끼를 만든 사람은 정답 또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의 테디는 주어진 여러가지 싸인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죄의식 속에서 헛된 정답을 계속 제시한다. 그가 경험한 그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 얼마나 그의 의식 속에서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고 정신을 갉아 먹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 은 그렇게 연약한 인간 의식에 대한 이야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의식 속의 수많은 수수께끼들 속에서 정작 정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지만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의식의 연약함으로 그 정답을 애써 피하려 하는 그런 인물의 이야기다.
스릴과 서스펜스, 상황을 새롭게 전복시키는 반전의 장치가 충만한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