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영화 Best 5 / 올드 앤 굿 무비 특별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영화가 있다!
한 남자 엑스트라가 (자신은 늘 배우라 주장하는) 얼떨결에 호감 있던 술집 여자와 하룻밤을 보냅니다.
여자가 잠시 나간 틈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술집 여자와 잠을 자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절망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아 놓은 지폐와 동전, 손목시계까지 가진 거 탈탈 털어 여자의 백 위에 놓고 잠든 척 합니다.
여자는 그것을 보고 복잡한 심경으로 한 마디 툭 던지고 짐을 챙겨 나갑니다.
망설이던 남자는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그리고 걸어가는 여자에게 말합니다.
“일(술집)하러 안 가는 게 가능할까?”
“일 안하면 나 먹여 살릴래?”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자는 망설이다 결심하죠.
“내가 먹여 살릴게.”
여자는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 말합니다.
“네 앞가림부터 잘해, 바보!”
그리고 여자는 택시에 올라 울면서 웃습니다. 남자가 소중히 여기는 연기수업 책을 품에 안으면서.
주성치의 팬들은 말 합니다.
‘세상에 영화는 두 종류의 영화가 있다.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
지금은 모르겠지만 초창기 주성치 영화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히 갈리는 편이었죠.
좋아하는 쪽은 천연덕스러운 그의 영화들을 열광하지만 안 좋아하는 쪽은 그의 코믹 코드와 뻔뻔한 영화적 장치들을 굉장히 낯설어 한다고 할까요?
저 역시도 처음 그의 영화를 접한 것이 꽤 오래전이지만 처음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몇 편의 영화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니까 어느새 그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주성치의 영화들 중 최근 할리우드와 함께 만든 영화들을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감흥 있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예전 영화들에 비해 정밀한 CG기술로 영상들은 훨씬 더 세련되어 지고 스케일은 커졌지만 저는 오히려 그가 예전에 만들고 출연했던 영화들의 그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더 감흥을 느꼈던 것이라 할까요?
주성치가 주연한 영화들, 주성치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영화들에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의 코드들과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베스트5를 소개 하기 앞서 그의 영화들에 나타나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들을 요약해 보고 그것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 마음 찡하게 만드는 하류 인생들의 페이소스
저 자신이 갖고 있는 영화를 보는 하나의 기준은 그 영화 안에서 ‘사람 냄새’ 가 얼마나 나는 가 입니다. ‘사람 냄새’ 라 함은 결국 영화 안에 ‘인간적인 감성’ 이 얼마나 영화 안에 담겨 있는가, 그런 비슷한 말이겠죠.
그런 요소는 영화의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다루는 것이며,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갖고 있는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이유로 전 주성치 영화를 좋아합니다.
주성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체로, 모두는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밑바닥 인생들이 많습니다. 또는, 한참 잘나가다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인물이거나 말이죠.
그러한 주성치 영화 속 캐릭터들이 꿋꿋하게 드라마 상에서 어떤 승리와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을 코믹한 분위기로 지켜보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는 흥겨운 일이죠.
게다가 그들의 역경은 어떤 진한 페이소스를 품고 있기에 마치 찰리 채플린 영화의 중국식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쩌면 드라마적 관점에서 봤을 때 주성치 영화의 성격상 늘 해피엔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취향의 차이로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그 페이소스의 ‘울림’ 은 주성치 영화가 품고 있는 최대 장점이자, 주성치스러움(?)의 최대 무기가 아닌가 합니다.
▶형식과 고정관념의 파괴, 그 프리스타일과 패러디
영화 <도성>의 한 장면은 분명 주윤발 주연의 <정전자>의 패러디.
슬로우 모션을 좋아하는 홍콩느와르에서 주성치는 정상 프레임에서 자신의 몸을 슬로우로 움직입니다. (슬로우 모션을 찍기 위해선 촬영 시에 초당 몇 백, 몇 천 프레임으로 돌리는 고속 촬영을 합니다. 정속 촬영은 초당 24프레임)
이렇게 혼자서만 느리게 움직이고 다른 사람은 정상으로 움직이니 이게 상당히 우스꽝스럽죠.
주성치 영화에는 이런 뻔뻔한 유머(?)가 다수 등장합니다. 주성치 영화의 주요한 유머 코드라 할 수 있죠.
희극지왕의 이런 장면들이나,
식신에서 등장하는 이러한 장면들,
서유기 선리기연에도 등장하는 각종 패러디 장면들,
그의 영화에서는 이렇게 독특한 영화적 상상력과 다른 영화의 패러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해줍니다.
▶엉뚱한 등장, 엉뚱한 캐릭터, 주성치의 조, 단역들
주성치 영화들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조, 단역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오맹달이겠죠.
주성치의 요 근래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와의 콤비 플레이는 참
좋았다고 여겨집니다.
그 외에도 잠깐 등장하면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주는 코 후비는 이 분,
그 밖에도 꽤 많은 배우들이 그의 영화에 단골 조 단역으로 등장을 하는데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런 배우들을 찾아보는 것도 일종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성치 영화에는 항상 주연 여배우의 존재가 중요한데요.
그의 영화의 주연 여배우는 자주 신인급 여배우로 교체가 되면서 캐스팅이 되는데...
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역시 막문위 와의 케미가 가장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두 사람은 서유기 월광보합, 희극지왕, 식신까지는 콤비를 이어갔었죠.
이렇게 그의 영화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배우 자체의 개성도 있지만 그들이 표현해내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엉뚱하고 코믹한 캐릭터들이 많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 해줍니다~
그럼 이제~
▶내 입맛대로 꼽아 본 주성치 영화 BEST 5
주성치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손꼽는 것은 그만의 개성이 쉴새없이 묻어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내용, 형식, 심지어는 그가 하는 기존 영화의 패러디조차 그의 영화는 주성치스럽죠.
영화들이 이렇다보니 앞서 말씀드린대로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갈릴 때가 많은 듯 보인다. 그의 코믹 코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올리겠지만 도대체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여겨진다면 당연히 시큰둥 할뿐입니다.
이렇게 반응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앞서 말한 그의 지극히 유난스런 주성치스러움이 거의 영화의 전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그의 영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없는 그만의 영화이기도 하죠.
이제 제 기준으로 선정한 주성치 영화의 베스트 5를 소개해 봅니다.
제 취향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모두 소림축구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이 됐네요. 아마도 제가 좀 선호하는 그의 영화가 아날로그적인 코믹 코드이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어쨌든!
<파괴지왕> (破壞之王: Love On Delivery, 1994)
첫번째로 꼽아 본 영화는 바로 <파괴지왕>.
그렇습니다. 이소룡을 그렇게 존경했던 주성치가 어리버리 배달청년에서 중국 고권법 ‘무적 풍화륜’을 배우면서 사랑의 파이터로 거듭나는 바로 이 영화!
뜬금없는 가필드(Garfield)의 가면을 쓰고 유도부 주장과 함께 계단을 구르며 무적 풍화륜을 시전 하는 주성치의 모습에 포복절도하게 되는 바로 이 영화!
거의 모든 그의 영화에서 콤비를 이뤄왔던 오맹달과의 호흡도 재밌고 무엇보다 주성치의 그 천연덕스러운 엉뚱함이 이 영화에는 잘 녹아 있습니다.
라스트의 공수도 주장과의 대결 장면은 정말 압권인 시퀀스
<007 북경특급 ((國産凌凌漆: From Beijing With Love, 1994)>
비밀 첩보원으로 등장하는 주성치가 이중 스파이인 원영의의 방해를 코믹하게 넘겨 가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
뭐, 늘 그렇듯 내용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황당하고 코믹한 설정들이 재밌죠.
중국식 칼을 주무기로 쓴다는 설정도 재밌고, 오프닝의 007패러디나 원영의와 초반 만나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재밌는 설정들의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사형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영화는 여러 패러디도 많지만 주성치스런 엉뚱함이 많이 있어 재밌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두번째로 꼽아봤네요~
<식신 (食神: God Of Cookery, 1996)>
한때 홍콩에서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행처럼 만들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트렌드에 맞춰 나왔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주성치의 영화는 뭔가 달랐죠.
이 영화 식신에서 음모에 빠져 몰락한 최고의 쉐프 역할을 한 주성치는 밑바닥 인생으로 떨어진 후 다시금 복수를 하게 되는 캐릭터를 연기 하는데요.
이 영화 속에도 역시 주성치스러움이 고대로 녹아 들어 있습니다.
몇몇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 '소림사 18동인' 장면이나 히로인인 막문위가 뮤지컬처럼 노래를 하면 액션을 펼치는 장면, 소림사 주지의 엉뚱한 장면이나 라스트의 요리 대결 씬 등 주성치의 개성이 넘쳐나는 영화입니다.
역시나 주성치의 손꼽을 명작!
<서유기 1부 월광보합 (西遊記 第壹伯零壹回 之 月光寶盒 A Chinese Odyssey Part One - Pandora's Box, 1994)>& <서유기 2부 선리기연 (西遊記 完結篇 仙履奇緣 A Chinese Odyssey Part Two - Cinderella, 1994)>
주성치의 이 영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을 본 분들이라면 내용이 이어지는 이 두 편의 영화를 주성치 최고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해서 신선, 요괴들과 손오공, 삼장법사, 우마왕 등등 서유기 속 인물들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스토리를 펼쳐 내는데요.
이 안에 사람의 인연과 환생 등이 뒤얽히면서 아주 서정적인 정서를 표현해 냅니다.
거기에 주성치 특유의 온갖 패러디와 코믹 코드도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녹여내고 보는이의 감정을 절절하게 만드는 설정들이 펼쳐지면서 단순히 B급 코믹물같은 느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이죠. 영화의 OST또한 영화 속 장면과 잘 어우러지면서 정말 명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시 지금 몇 번을 봐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주성치의 최고 영화라 할만 합니다. 이 영화같은 경우는 장면 하나하나, 설정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서 따로 꼽을 필요가 없네요~
하여간 강추 영화!
<희극지왕 (喜劇之王: King Of Comedy, 1999)>
희극지왕을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 작품이 그의 영화들 중 가장 '배우 주성치스러움’ 이 있다는 유독 강하게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스토리에 그의 실제 자전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 등장 하는 모든 정서적인 요소들에는 주성치라는 배우가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거든요.
또 이 영화의 가장 큰 마력은 바로 ‘울림’입니다.
캐릭터에서 모든 상황 또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적인 울림을 쿵하고 전해 줍니다. 대단하죠.
인물들 간에 관계, 스토리의 구성과 진행, 모든 것이 유연하게 흘러가면서도 거슬리는 억지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주성치스러운 코믹 장치들이 어색하지 않고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저는 특히 라스트에 오맹달의 반전이 시나리오적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이 또한 홍콩영화다운 설정이 아닐까 싶은데...
어쩄든 무명의 배우 역할로 온갖 설움과 (도시락 얻는 설정들 보세요. 눈물 나죠.) 꿋꿋함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주성치의 연기,
거기에 그런 영화의 색깔 속에서도 자신의 코믹 코드를 녹여내는 절묘함, 저는 희극지왕 이 영화는 정말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합니다.
장백지나 막문위 여배우들과의 케미도 좋았구요.
▶주성치의 요즘 영화들에 대한 아쉬움
베스트 5라고 꼽긴 했지만 선정된 작품들을 보시면 대부분 90년대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요즘의 그의 영화들보다는 그때에 만들어진 영화들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겠죠.
물론 이 외에도 그가 출연하고 감독한, 또 제작한 많은 영화에는 모두 그의 개성이 듬뿍 담긴 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아직 못 본 그의 영화들도 존재하구요.
끝내면서 조금 덧붙이자면 소림 축구 후부터 공개 되는 그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영화들에 대해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영화적 표현들은 훨씬 기술적으로 진보하면서 매끈해졌겠지만 역시나 과거의 주성치 영화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는 재기발랄하고 오히려 어설픈 아날로그 장치들이 아쉽거든요.
뭐,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이후 나올 그의 영화들이 과거 주성치 영화들의 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나올 수 있기를 다시 기대해 보면서 오늘 포스팅은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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