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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관

애니 홀 (Annie Hall, 1977) -볼만한 고전영화 추천 No.7

by 멀티공작소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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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홀 (Annie Hall, 1977) /  계란이 필요한 사람들

 

이번 올드 앤 굿 무비 에서는 우디 앨런의 1977년도작 <애니 홀(Annie Hall)>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내용?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한 스탠드 코미디언인 엘비 싱어(우디 앨런)는 테니스 장에서 친구의 소개로 애니 홀(다이안 키턴) 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며 사귀게 됩니다.

애니는 가끔씩 무대에 올라 노래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는 여자인데요,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감정을 키워 가면서 동거를 하고 함께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녀 관계가 그렇 듯 두 사람의 관계는 차츰 삐걱이게 되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다 결국은 애니가 가수로의 성공을 위해 엘비가 사는 뉴욕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가게 되면서 관계는 종말을 맞게 됩니다.

 

우디 앨런이 보여주는 남녀관계의 방정식

 

 

앞서 요약된 내용에서 보이듯 이 영화는 주인공인 엘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여 그가 애니홀이라는 여성과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 쭉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대사를 통해 온갖 지적 대화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건 아마도 엘비라는 캐릭터 자체가 우디 앨런의 자아가 강하게 투영된 -뭐, 거의 실제의 우디 앨런 모습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렇고, 그런 캐릭터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과의 모습들이 그의 시점을 통해 보여지는데에 아마도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스토리의 대부분은 남녀의 연애담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차피 남의 연애담을 듣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긴 하나 한편으론 지겨워라고 느껴지기도 하죠.

너무도 흔한 스토리니까요.

하지만 우디 앨런식의 이 연애담은 엘비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특이성에 의해 흥미를 줍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영화는 철저히 엘비의 관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뤄져 있는데요.

 

신경증적인 그의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과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들과 두 번째로 다시 이야기 하겠지만 영화의 기술적인 테크닉이 한데 어우러져 이 영화는 우디 앨런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쭉 보고 있으면 우디 앨런이 남녀 관계라는 것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느낄 수가 있는데요. 그것이 참, 몇 마디 말로 요약하기가 어려운 요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엘비가 보여주는 편집증적이고, 신경증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는 설정과 장면도 나오지만- 말과 행동을 보면 우디 앨런이 바라보는 남녀 관계(사랑!) 라는 것이 거의 속박의 관점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 거처럼 저는 읽히네요.

즉, 마치 어린 왕자 속 친구에 관한 언급처럼영화에서는 남녀 사이를 '길들이는 것' 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중심의 시각에 여러 정신 분석학적인 것까지 뒤섞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 <애니 홀>이 남녀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딱딱한 껍데기들을 가지고 우디 앨런은 정말 스탠드 코미디를 보듯 유머러스하게 영화를 풀어 갑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애니 홀>이 연극도, 드라마도, 다큐도 아닌 영화라는 이유이기 때문이죠.

 

영화 형식의 파격적 시도

파격적인 시도, 라 제목을 달긴 했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제는 많이 쓰여진 방식이라고 할수 있겠다.

영화 테크닉의 형식과 기법이라는 것은 미학적으로 판단을 하는데에 있어 형식만 따로 존재하여 판단을 내릴 것이 아니라 말하고 있는 내용, 즉 스토리와 함께 묶어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인데 <애니 홀>에서 쓰인 당시의 여러가지 영화 기술적인 효과들은 그것이 보여질 때 진행되고 있는 씬과 에피소드의 내용과 잘 결합이 되어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것이 인상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영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어떤 기법들이 쓰여졌나 한번 살펴 볼까요?

 

 

1. 카메라를 향해 관객을 보고 대화하듯 이야기 한다.

영화 속에서 엘비는 자주 카메라를 향해, 즉 영상으로 보면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불평을 토로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하는데요. 

이것을 소격 효과라고 하는데 브레히트가 연극에서 썼던 형식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일종의 객관화 시키는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함께 가는 것이 아닌 영화 밖으로 소외를 시킴으로 좀더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라고 할 수 있겠죠. 아마도 우디 앨런은 영화 속에 보이는 엘비와 애니의 관계를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보기를 원했나 봅니다. 

2. 현재의 인물이 회상 장면에 직접 등장하는 씬들

영화 속에서 엘빈이 과거에 대해 나레이션을 하는 부분이나, 다른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 될 때에 지금의 인물들이 직접 과거의 회장 장면에 등장하여 과거 장면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얘기하기도 하는 씬들이 등장합니다. 

과거 인물들의 말과 생각, 그리고 현재 인물들의 말과 생각이 한데 보여지고 충돌하면서 이런 장면들은 꽤 재미가 생기는 것이죠. 

3. 인물의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 나오게 만드는 장면

엘비는 애니와 침대에서 관계를 가지려는 순간 이중 노출로 애니의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 나가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장면을 연출하는데요. 대사 속에서도 보이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라는 것을 통해 애니의 마음이 이미 엘비에게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이렇게 연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 좌우로 분리된 화면 연출

엘비와 애니가 각각 자신의 정신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장면이나, 두 사람의 가족이 식사를 하는 장면을 좌우로 나눠 동시에 보여주는 기법으로 이 양쪽으로 분할된 화면 속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렇게 화면을 보여주는 이유는 아마도 양쪽의 대비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 생각드는데 이 역시 재치가 엿보이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5. 인물의 속마음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엘비와 애니가 처음 만나 애니의 집 테라스에서 대화를 나눌 때 두 사람의 속마음이 어떤지 대사를 자막으로 보여 줍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과 속마음은 다를 수 있는 사람의 심리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6. 애니메이션의 사용

영화 중 엘비의 답답함을 토로할 때 등장하는 디즈니 풍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여왕과 엘비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그것 역시 유머가 넘칩니다.

이것 역시 엘비의 심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7.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길을 자주오던 사람, 지나치던 말을 탄 경관 등등의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는 엘비의 모습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인물들이 엘비의 상황을 다 알고 조언을 해준다던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해주고, 심지어는 엘비가 알지 못하는 정보까지 전달을 해주는 등의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렇듯 영화 <애니 홀>에는 우디 앨런 방식의 유머코드들과 함께 그가 표현해내는 영화적 기법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형식을 빌어 우디 앨런은 자신이 영화 속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계란이 필요한 사람들

엘비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조크를 합니다.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죠.

'제 형이 미쳤어요. 그는 자신이 닭이라고 생각해요!' 

의사가 말했죠.

'그를 데려오지 그래요?'

'하지만 전 계란이 필요하거든요?'"

이 조크를 듣고 있자면... 우리는 언제나 계란을 필요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자신의 판단에 다르더라도, 우리는 계란이 필요하기에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죠.

이 영화를 예전에도 봤을 때 이 조크가 자주 기억나서 가끔 속으로 생각을 할 때도 있었죠.

'그래... 아마도 난 게란이 필요한 것일 수 있겠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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