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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작업실

[자작 단편소설] 서스펜스 드라이브 (Suspense drive)

by 멀티공작소 201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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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 드라이브 (Suspense drive)

   

어둠 속 유일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도로의 바닥을 계속해서 훑어 내리고 있었다.

서연은 지금 자신이 언제부터 이 칠흑같은 어둠 속을 그 헤드라이트 불빛에만 의존해 달리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자신은 어딘가로 차를 몰고 있고 빨리 그 종착지가 자신의 눈으로 보여 지기만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서연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순간 움찔 몸을 움직였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하고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뿐인데 그래서 그랬는지 자신의 한숨소리가 자신의 귀에는 순간적으로 마치 천둥 같은 울림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한숨 소리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속에서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 자동차의 엔진에 있는 실린더가 규칙적으로 압축과 폭발을 반복하는 소리도 마치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듯 그녀의 귀를 통해 계속해서 머릿속 신경들을 극도의 긴장으로 건드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서연은 차안 계기판에 달려있는 시계를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잠시라도 헤드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이 전방의 어둠에서 눈을 떼게 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얼어붙은 듯 오로지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 속도계의 디지털 숫자는 80과 90의 사이를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빨리 일을 끝낼 만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서연은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안과 긴장만 커져갔다.

이제 마무리만 잘 처리하면 모든 것은 감쪽같이 해결되는 거다. 모든 것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자 비로소 긴장으로 굳은 몸이 다소 풀리는 듯 했다.

서연은 미소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힘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넘겨야 할 일이었으니 다 잘 된 거야.

 

‘쿵!’

 

갑자기 자동차의 뒤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서연의 풀려있던 얼굴에 다시 긴장이 어리기 시작했다.

뭐... 지?

 

‘쿵!’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서연의 눈이 백미러로 향했다. 어두침침한 차안이 보이고 뒤창 너머로는 먹을 찍어 놓은 듯한 어둠이 무겁게 깔려있었다.

 

‘쿵!’

 

서연은 뒤쪽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또다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별거... 아닐 거야. 맞아, 그저 차의 부속품에서 나는 그런 소리겠지.

그녀의 심장은 점차로 그 강도를 더하며 온 몸으로 피를 밀어내고 있었다. 점차로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쿵!’

“악!”

 

다시 한번 들리는 그 소리에 서연은 깜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짧게 비명을 질렀다.

운전에... 운전에 집중을 못하겠어.

서연은 백미러로 보이는 차 뒤편을 노려봤다.

짙은 어둠 속에 뭔가가,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순간 차창 앞쪽으로 강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동시에 찢어질 듯 한 긴 경적음이 서연의 귓가로 파고 들어왔다.

 

 

 

 

서연은 잠시 우두커니 서서 거실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툭’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연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서있는 옆으로 피 묻은 부엌칼이 놓여 있었다. 손에 힘이 풀어지면서 쥐고 있던 칼이 떨어진 것이다.

서연은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생인 화연의 몸이 볼 쌍 사나운 자세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듯 그녀의 몸은 미동도 없었고 옷 군데군데 피가 번져가고 있었다.

날 원망 하지마렴. 인과응보야.

서연의 귀로 희미하게 뭔가가 들려왔다. 그리고 정지 했었던 주위의 풍경들이 하나둘 제 모습을 찾아가며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는 점차 볼륨을 올려가고 있었고 그제야 서연은 그것이 아까부터 반복되고 있던 음악소리란 걸 알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화연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듣던 음악이었다.

 

“도대체 이런 음악이 뭐가 좋다는 거니?”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이야. 어둡고 우울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속에서 위로를 찾고 따뜻함을 찾을 수 있거든. 언니도 들어봐. 듣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차분해져.”

 

서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너의 그 가증스러움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지. 혼자 잘난 양 고급스럽고, 우아한 척. 나는 언제나 천한 존재였고 넌 그런 나를 비웃으며 혼자, 있는 고상함은 다 떨었지. 사람들은 너와 나를 비교하며 언제나 너의 손을 들어줬어. 당연하지. 너의 그 겉으로 보여 지는 껍데기에 속고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알지. 너의 그 반질반질한 얼굴 이면에는 온갖 속물적인 추악함이 구더기처럼 득실거리고 있다는 것을.

레퀴엠? 웃기고 있네. 이제 죽어버린 네 영혼이나 위로하려무나. 후후후.

서연은 동생을 죽인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그저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지금을 발화점으로 벌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건 그래도 참으려고 했어. 웬만하면... 웬만하면 말이야!”

 

서연은 화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젠 내 남편까지 넘봐?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까지 뺏으려고 해?”

 

퍽!

그녀는 화를 못 이기고 쓰러져 있는 서연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흥분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거실에 놓인 시계를 올려다봤다. 초침은 이미 6시를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고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밖은 노을에 물들어 점차로 붉은 빛이 짙어지고 있었다.

서연은 일단 화연의 시신을 처리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둔 채 강도가 침입한 것처럼 꾸며 볼까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녀는 될 수 있으면 동생의 시신이 영원히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서연은 무언가 이미 결심이 선 듯 살짝 얼굴에 미소를 짓고는 화연의 몸 쪽으로 상체를 수그려 그녀의 두발을 손에 잡은 후 힘껏 욕실로 끌고 갔다. 평소 가볍게만 보였던 화연의 몸이 숨이 끊어지고는 무척 무거웠다.

넌 이제 하나의 고깃덩어리일 뿐이야.

서연은 간신히 화연을 욕실바닥으로 끌고 온 뒤에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나와 거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부엌칼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피 묻은 칼날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려 열려진 욕실문안으로 보이는 화연의 얼굴을 바라봤다. 코와 입술 사이로 엷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핏기가 없이 새 하얬다.

서연은 다시 칼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문득 알 수 없는 후회감이 잠시 밀려들었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계속해서 클라이맥스를 울리고 있었고 주위를 감싸는 어둠은 화장지에 번져가는 먹물처럼 빛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가며 서연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예전 그 뿌옇던 서해안의 바닷물 속처럼.

 

 

 

 

서해안의 바닷물은 생각보다 훨씬 색깔이 어두웠다.

교회 수련회를 간다 해서 지방으로 향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푸르고 상쾌한 바닷가를 상상했던 서연은 다소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이렇게 야외로 나왔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짝사랑하는 기현오빠가 입시에도 아랑곳 않고 따라와서 같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달콤한 행사였던 것이다.

그런 황홀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서연은 문득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해 있음을 느꼈다.

뭐... 지?

사내아이들은 지들끼리 뭔가를 수군거리며 천천히 서연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연은 불쑥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자신의 옆에 있던 여자아이들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연이 멈칫하는 사이 사내아이들은 순식간에 여자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후다닥 달려오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그것이 즐거운 듯 꺄악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흩어졌고 머뭇거리던 서연이 그들을 따라 달아나려 할 때 누군가의 손이 강하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 서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붙잡은 사람을 쳐다봤다. 기현 오빠였다.

그를 보는 순간 서연은 온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 틈에 기현의 주위에 있던 같은 또래의 다른 중학생들이 그녀의 팔이며 다리 등을 붙잡고는 서연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서연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불안으로 눈이 동그래졌다.

서연은 사내아이들의 손에 붙잡혀 공중에 떠올라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서연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강하게 몸부림을 쳤지만 또래의 여럿 남자아이들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안돼! 안돼! 이러지 말란 말이야!

잠시 후 물결이 출렁이는 소리가 자신의 떠오른 몸 아래쪽에서 들려오고 순간 서연의 몸은 아이들의 손을 떠나서 공중으로 붕하며 더 높게 떠올랐다.

서연은 순간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시선으로 우울한 회색빛의 구름이 희뿌옇게 보였다.

날... 날 어떻게 한 거야...

자신의 몸이 공중의 정점에 잠시 멈춘 듯 했다. 서연은 위로 길게 팔을 뻗었다.

누가... 누가 날 좀 도와줘... 날 좀 잡아... 줘...

순간 서연의 몸은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그녀의 귀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가 휭휭 소릴 내며 지나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수면을 뚫고 들어가 그녀의 몸은 온통 어두운 물로 뒤덮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다. 손을 휘저어도 붙잡히는 것이 없었고 발을 기대 일어 서려해도 아무것도 닿지가 않았다. 코와 귀, 입으로 가득 물이 차올랐다.

난... 이제 죽는구나... 이렇게...

서연은 우주 속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다. 호흡을 하지 못해 오장육부가 터져 나오고 신체 사방으로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아무것도 의지 할 것 없는 그 속에서 서연은 극도의 공포로 온 몸이 굳어가는 듯 했다.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그중에는 자신의 동생 화연의 소리도 있는 듯 했다.

화연아! 그렇게 웃지마... 웃지 말고 날 좀 여기서... 여기서 꺼내줘... 화연아...

그러나 아무것도 그녀를 위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서연은 공포로 더욱 숨이 막혀왔고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거칠게 그녀의 몸을 위로 잡아 당겼다.

 

“푸하!!!!”

 

물 위로 올라온 서연은 입에서 거칠게 물을 뿜어냈다. 빛이 그녀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목구멍으로 자꾸 기침이 새어 나왔다. 입안으로 들어온 짭짤하고 기분 나쁘도록 찝찝한 물맛이 금방 오바이트를 일으킬 것 같았다.

 

“괜찮아?”

 

서연의 흐릿한 시선으로 아까와는 달리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기현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한꺼번에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었다.

기현이 주위의 아이들을 보면서 나무라듯 말했다.

 

“야, 너무 심했잖아? 수영도 못하는 거 같은데.....”

 

기현은 서연의 팔을 부축하면서 함께 물 밖으로 걸어갔다.

바닷물이 무릎쯤 차오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의 앞에 있던 한 여자아이가 서연의 아래쪽을 보며 ‘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현과 아이들은 그 아이의 시선을 따라 쳐다보았다. 서연의 반바지가 사타구니 쪽을 중심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피였다.

남자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큰일이 난 듯 한 표정을 지었고 여자아이들은 그녀의 몸을 보고는 어이없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연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그들의 틈에 끼여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여자아이들의 틈 속에서 화연이 뛰어 나왔다.

“언니, 뭐하고 있는 거야?”

 

화연은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재빨리 서연의 하체를 가리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숙소 쪽으로 끌고 갔다. 그들의 뒤쪽에서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서연의 귀를 괴롭혔다.

 

“쟤, 그거 하는 거야?”

“뭐야... 지저분하게... 더러워...”

 

서연은 화연에게 이끌리면서 당장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화연아... 나 다쳤나봐... 죽으면 어떡해? 화연아... 나 어떡해...?”

“무슨 헛소리야? 중3이나 돼 같고 생리도 몰라?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서연은 화연의 성난 말투에 더욱 겁에 질렸다.

 

“새... 생리?”

“뭐야... 아직까지 없었던 거야? 어휴!”

숙소로 돌아와 화연은 서연에게 초경에 대한 얘기를 해주면서 가지고 있던 자신의 탐폰을 휙 던졌다.

 

“그거 써.”

 

화연은 쌀쌀맞게 내뱉고는 방을 나갔다.

서연은 화연이 던지고 간 탐폰을 바라보면서 견딜 수 없는 수치감에 다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왜... 왜 나한테는 이런 식인거야... 왜... 꼭 이렇게만 돼야 되는 거야...

서연은 탐폰을 움켜쥐었다. 그 움켜쥔 손위로 액체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화연의 비웃음소리가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손가락질 하고 있었고 수군대며 경멸의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나한테 손가락질 하지마... 날 비웃지마.

 

 

 

 

“언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제발 나에 대한 그 열등의식 좀 버릴 수 없어? 이제 지겨워 죽겠어. 유혹하긴 누가 유혹했다구 그래? 오히려 내가 형부 때문에 미칠 지경이야. 언니의 그 잘난 남편이 나에게 집적대는 통에 내가 이만 저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구! 알겠어? 이제 정신 좀 차려. 솔직히 말해줘? 그 잘난 형부는 은근 슬쩍 날 겁탈까지 하려고 했단 말이야. 그 정도면 오히려 이렇게 넘어가 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일 아냐? 그런 날보고 형부를 유혹했다니... 기가 막혀... 언니,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냐? 한번만 더 이딴 식으로 날 괴롭히면 나도 이젠 참지 않겠어. 정말이지, 언니나 형부 둘 다 구제 불능 인간들이야!”

 

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네 말은 믿지 않아. 넌 위선자고 온통 거짓말 뿐 이니까.

그녀는 욕실의 불을 켜고 바닥에 있는 화연의 몸에서 옷을 하나씩 벗겨내서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그런 후 자신도 입고 있던 모든 옷가지들을 벗어서 멀찍이 거실로 던져 놓았다.

후후... 네 몸매는 정말 부러웠어. 그거 하난 인정해 주지. 돈을 쳐 들일만큼 들인 것이겠지만.

서연은 긴장을 풀려는 듯 훅 한숨을 내쉬고는 욕실에 앉아 화연의 팔을 잡아들었다.

꼭 정육점 주인이 돼버린 느낌이네.

서연은 자기도 모르게 쿡 웃음이 흘러나왔다. 서연은 나머지 칼을 든 손을 높게 쳐들었다. 그녀의 눈이 정확히 화연의 어깨에서 팔 쪽으로 이분의 일 되는 지점을 노려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칼을 든 그녀의 손이 그곳으로 휘둘러졌다.

 

“퍽!!!”

 

칼날이 살 속으로 박히면서 뼈에 부딪혔다. 강한 울림이 칼을 지나쳐 서연의 감각을 흔들었다. 살 속으로 들어간 칼날은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혔다. 갈라진 살 틈으로 피가 조금씩 흘러 나왔다.

서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천천히 칼을 쥔 손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날은 느리게 앞뒤로 움직이며 화연의 팔을 잘라가고 있었다.

 

“아악!!!”

 

순간 갑자기 화연의 눈이 떠지며 그녀의 다른 한 손이 서연의 칼을 든 손을 움켜잡았다. 서연은 너무나 놀라서 칼을 놓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억세게 잡은 화연의 손아귀에 눌려 더 멀어지지를 못했다.

서연은 화연의 얼굴을 바라봤다.

시뻘건 실핏줄들이 잔뜩 엉켜 있는 눈을 부릅뜬 채 서연을 노려보고 있는 화연은 분노와 원망이 뒤범벅이 된 표정으로 소리는 더 내지 못하며 입을 뻥긋거리고 있었다.

화연의 얼굴을 보면서 서연은 자신이 마치 지옥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저렇게 무서운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화연이 몸을 일으켜 자신에게 덮쳐 올 것 같았다. 화연이 움켜진 손아귀로 점점 더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연은 다른 한 팔로 기대며 정말로 몸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었다. 서연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어떻게 해서든 화연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놔! 이것 놓으란 말야!!”

 

발악을 하듯 서연은 몸부림은 계속됐고 화연은 이를 악문 분노의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안돼. 넌.... 넌 죽어야 돼!

서연의 눈으로 화연의 팔에 박혀있는 칼이 보였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다른 한손을 그 칼로 가져가 화연의 팔에서 빼냈다. 그리고는 화연의 심장을 겨냥해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찔러 넣었다.

 

“윽...”

 

화연은 마치 전류에 감전된 듯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는 곧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다. 서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화연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다시 화연이 덮치지는 않을까 해서 잠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화연의 입과 코 쪽으로 손을 대보았고 호흡이 끊어진 걸 확인했다.

이번엔.... 확실한 거지?

서연은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화연의 부릅뜬 눈을 기분 나쁘다는 듯 거칠게 감겼다. 그리고는 자신의 팔을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는 화연의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 힘들게 펴서 간신히 그녀에게서 떨어 질 수 있었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서연은 다시 칼을 집어 들고 화연의 몸을 하나하나 절단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을 토막 내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가는 살과 단단한 뼈는 날카로운 칼날에도 쉽게 잘라지지가 않았다. 서연의 벌거벗은 몸에는 어느새 조그만 땀방울들이 하나둘 맺혀갔고 가끔씩 그녀의 몸으로 튀어 오르는 화연의 핏방울들과 합쳐지면서 몸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서연은 힘든 줄을 몰랐다. 화연의 살을 발라내고 뼈를 잘라내는 그 하나하나의 일들이 이상하게 그녀의 몸속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는 마치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종착지에 이르러 테입을 끊고 난후 숨을 몰아쉬며 완주의 기쁨에 들떠있는 것과 같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연은 화연의 몸을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낸 후에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각난 화연의 몸은 마치 부서진 진열장의 마네킹같은 느낌이었다.

서연은 잠시 숨을 가라앉힌 후 다시 화연의 몸 토막들을 하나씩 붙잡고 예리한 칼날로 피부를 잘게 썰어내기 시작했다.

부피를 최대한 줄이는 거야.... 그래야 가지고 나가기가 쉬워.

서연은 쉴새없이 계속 화연의 몸을 잘게 만들어 나갔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노동이었다. 서연의 몸은 온통 땀과 피로 범벅이 되었고 문득 주위의 조용한 어둠이 느껴졌을 때 서연은 화연의 몸을 어느덧 머리만 남긴 채 모두 잘게 만들어 봉지에 가득 남아 놓고 있었다. 서연의 시선이 마지막 남은 화연의 머리를 향했다. 욕실 바닥에 덩그라니 머리만 남아있는 화연의 모습은 너무도 괴기스러웠다. 서연은 머리를 노려보며 마지막 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 얼굴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된 거지.....

그녀는 욕실의 문을 열고 거실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남편이 오기 전엔 집에 돌아가야 돼.

남편은 오늘 야근 때문에 새벽쯤에 온다고 연락했었다. 그때까지 나머지 일을 처리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서연은 일단 화연의 남아있는 머리를 그냥 그대로 봉지의 남은 자리에 쑤셔 넣고 입구를 강하게 묶었다. 그런 후 재빨리 움직이면서 주변의 정리를 하고 샤워기를 틀어 욕실에 묻어있는 피 자국들과 자신의 알몸을 구석구석 씻어 내렸다. 화연의 피가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와 욕조 구멍으로 흘러내렸다.

온 몸을 깨끗이 씻어낸 후 서연은 거실로 나가 옷을 챙겨 입고 주변 정리를 한 후 자신의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들었다.

이제 됐어.

 

 

 

 

 

서연은 살짝 운전대를 돌리며 방향을 잡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도로로 진입을 했다.

주택가 근방의 도로는 시간이 늦은 터라 비교적 도로가 한산했고 얼마 전에 뽑은 이 중형 승용차는 새 거라 그런지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으며 좌석도 푹신한 게 안락했다.

서연은 그럭저럭 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느긋하게 운전대를 조작하려 하였다. 그럼에도 문득 문득 자꾸만 트렁크 쪽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별일 없을 거야. 피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잘 묶었고... 이대로만 달리면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차창 밖의 어두운 풍경들은 속도에 맞춰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가끔씩 맞은 편 쪽에서 차들이 스칠 때마다 들리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만이 서연의 귀를 자극했다.

그녀는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모르는 시 외곽 쪽의 한산한 야산이 보이면 거기에 동생의 시체조각들을 파묻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선 이제 모든 걸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는 거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서연은 길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올림픽대로로 진입을 했다. 길게 이어진 커브를 움직여 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앞차의 속도가 줄어들었고 그녀도 따라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때부터 차는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올림픽대로가 차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서연의 마음이 다시 급해졌다.

대체 이 시간에 웬 차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공사라도 하나?

서연은 운전대를 쥐며 자신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 나왔다. 도로 위는 사방에서 끼어들고 앞지르는 차들로 인해 경적 소리가 끊이지가 않았다.

그녀는 좌측으로 난 빈 공간을 보고 재빨리 핸들을 돌렸다. 그러나 뒤쪽에 있던 차가 먼저 빠르게 공간으로 들어왔고 서연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브레이크 소리가 찢어질 듯 터져 나왔고 서연의 몸이 들썩거렸다. 차안에 있는 30대쯤의 사내가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씨발, 왜 이 시간에 기어 나와 가지구.’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서연은 화가 치밀어 경적을 누르려다가 멈칫 했다.

괜히 말썽을 일으키지 말자...

서연은 ‘킁’하고 화를 삼켰다.

차량의 불빛들은 길게 이어져서 도로위에 늘어서 있었다. 차가 더디게 움직일수록 서연의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다. 서연의 손가락이 까딱거리며 툭툭 운전대를 쳤다.

잠시 후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던 서연은 답답한 듯 음악이라도 들을 생각으로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여성 DJ가 멘트를 하고 있었다.

 

“이번 주말은 날씨가 좋아서 밖으로 나가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러고 보니 오늘이 주말이었구나... 그러니 이 지경이지. 미리 생각을 좀 했었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서연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자 다음 사연 읽어 들일게요. ‘저에게는 언니가 한명 있는데요. 저희는 무척 사이가 좋았어요...’...”

 

서연은 앞차가 조금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재빨리 꽁무니로 따라 붙었다.

 

“...‘전 언니를 무척 잘 따르는 편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늘 함께 놀곤 했는데 최근에 언니에게 문제가 생겼어요. 언니가 형부와 제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앞을 주시하고 있던 서연은 방금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 뭐...?

 

“...‘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죠. 그런 일은 전혀 없었거든요. 전 언니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생각해보니 언니는 예전부터 제게 묘한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언니를 좋아하는데 언니는 사실 그렇지가 않았었던 건가 봐요...’...”

 

서연은 놀란 눈빛으로 어두운 차안에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카 오디오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언니의 의심과 그 강박적인 증세는 더해가기만 했어요. 그리고 급기야는...’...”

 

서연은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작아져 갔고 그녀의 귀로는 유일하게 라디오의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자신도 모르게 가빠져 갔다. 그리고 라디오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갑고 날카롭게 말했다.

 

“...‘날 죽였어요! 그것도 잔인하게! 날 죽여서 칼로 토막 내고 내 살을 갈기갈기 썰어 내고는 차 트렁크에 싣고서 어딘가로 가고 있죠! 듣고 있어? 언니? 가만 안 있을 거야! 날 이렇게 만들다니 언니를 용서 못해!”

“악!”

 

서연은 떨면서 짧게 비명을 질렀다.

라디오속의 DJ는 깔깔거리고 있었고 서연을 급하게 카 오디오의 스위치를 더듬거리며 찾아내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차안은 다시 정적 속에 놓였다. 서연은 가슴을 진정시키며 오디오를 노려보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아냐, 착각이야... 내가 잘못 들은 거야... 그래...

화연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를 그제야 들었다. 앞을 보니 앞차는 이미 그녀의 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런.

그녀는 재빨리 악셀을 밟고서 앞차를 따라갔다. 차간의 거리가 길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정체는 이제 어느 정도 풀려가고 있는 듯 했다.

느린 속도로 차를 움직이면서 서연은 다시 오디오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가져가 잠시 망설이다가 스위치를 눌렀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까 여성 DJ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주말 보내 시구요. 저는 내일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서연은 안도했다.

거봐. 네가 착각한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어? 네 마음속 불안과 죄책감의 무의식이 그런 환청을 만들어 낸 거야. 그래. 그거야.

서연은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닦아내며 오디오를 껐다. 더 이상 라디오건 음악이건 듣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불안감이 또다시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원치 않았다.

서연은 어서 이 정체를 벗어나 속도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앞을 보았다. 몇 개의 경광등 불빛이 그녀의 얼굴로 스치고 지나갔다. 서연의 얼굴이 다시 긴장으로 굳어졌다.

저건... 또 뭐야?

자신의 차에서 5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경찰들과 바리케이드 등이 보였다.

서연은 흘낏 차의 뒤쪽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그저 음주단속을 하는 것뿐이야. 아무 염려 없어.

서연의 차는 조금씩 경찰이 서있는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겁 먹지마. 편안하게... 그냥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넘기면 되는 거야.

서연의 차는 경찰이 서있는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차창이 열렸다. 경찰은 어떤 얘기도 없이 불쑥 서연의 얼굴 앞으로 측정기를 내밀었다. 서연이 막 측정기를 물으려고 할 순간 차 뒤쪽에서 미세하게 뭔가 소리가 들렸다.

 

‘쿵!’

 

마치 뭔가로 차안에서 치는 듯 한 그 소리를 서연은 분명히 들을 수가 있었다. 서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경찰을 올려다봤다. 경찰은 의아한 듯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 사람도 들었어!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경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빨리 부시죠.”

“네?”

“아직 측정이 안됐으니 숨을 부시라고요.”

 

경찰은 뭔가 미심쩍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아, 네...”

 

서연은 숨을 불었다. 측정수치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때,

 

‘쿵!’

 

트렁크 쪽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소리가 조금 커진 듯 했다. 이번에는 경찰도 들은 듯 그의 얼굴이 차 트렁크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서연은 그의 표정을 잠깐 살피고는 미소를 지었다.

 

“수고 하세요...”

 

막 가려는데 경찰이 물었다.

 

“트렁크에 뭐가 실렸습니까?”

“볼링공이요. 흔들릴 때마다 소리가 나죠? 이리저리 막 굴러서... 저도 꽤 신경 쓰이네요.”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지만 서연은 될 수 있는 대로 편안히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때 차 뒤쪽에서 클락션 소리가 여러 번 들려왔다. 경찰은 그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어서 가라는 신호를 했다. 서연은 재빨리 악셀을 밟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나오자마자 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정체는 완전히 풀려서 서연은 힘껏 속도를 냈다. 그리고 그녀는 차안 백미러로 뒤쪽을 바라봤다. 어둠에 묻힌 뒷좌석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소리였을까...

서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비상등을 켜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갓길로 몰았다. 그런 후 속도를 줄여 차를 세우고 트렁크스위치를 누른 후 차에서 내려 트렁크로 다가섰다. 깜빡이는 비상등의 점멸이 초조하게 그녀의 얼굴에 묻어나고 있었다.

서연은 잠시 트렁크를 노려보다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고는 트렁크 문을 올렸다. 묵직한 느낌의 큰 봉지들은 자신이 실을 때처럼 그대로 놓여있었다.

서연은 눈으로 한번 쓱 살피고는 문을 닫으려다 멈추고는 다시 천천히 문을 올렸다. 그녀는 여러 개의 봉지 중 중앙에 있는 것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묶여져 있는 입구를 천천히 풀었다. 거기엔 화연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피투성이로 놓여있는 동생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후후... 네 꼴도 말이 아니구나? 이제 곧 편하게 흙 속에 묻어 줄 테니 얌전히 있으라구. 훗.”

 

서연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순간 감겼던 화연의 눈이 번쩍 떠지며 화연을 노려봤다.

 

“악!”

 

서연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때마침 그녀의 옆으로 승용차 한대가 지나쳐 갔다. 그녀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넘어진 채로 트렁크 안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나쳤던 승용차는 서연의 차가 서있는 앞쪽으로 4,50여 미터 떨어진 갓길에 멈춰 서고는 안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서연의 차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서연은 계속 떨고 있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일어서서 트렁크를 닫았다.

차 쪽으로 다가온 것은 20대쯤의 한 쌍의 남녀였다. 남자가 물었다.

 

“저, 괜찮으신가요?”

 

서연은 재빨리 트렁크부터 닫은 후 그들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네, 괜찮은데요? 왜... 그러시죠?”

“지나가려는데 보니까 차 뒤쪽에 넘어져 계시 길래...”

“아, 네. 발목을 좀 삐끗해서... 괜찮아요...”

 

남녀는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은 그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재빨리 운전석에 올랐다.

 

“발목 다치셨는데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네... 심하진 않아요. 그럼...”

 

서연은 목례를 하고는 급하게 차를 출발 시켰다. 남녀는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차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어둠 속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서연은 아까부터 자꾸만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빨리... 빨리... 끝내야 돼!

어느덧 차는 불빛도 없는 도로로 접어들어 있었다.

주위는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고 서연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한 채 있는 힘껏 악셀을 밟고 있었다.

 

 

 

 

서연은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핸들을 자신의 오른 쪽으로 꺾었다. 차는 간발의 차이로 트럭과의 충돌을 모면하여 비껴갔고 브레이크를 세차게 밟자 회전을 멈춘 타이어는 도로를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180도 가까이 좌우로 요동을 치며 미끄러져 가다가 간신히 멈춰 섰다. 서연의 몸도 차와 함께 쏠리다가 겨우 위치를 잡았다. 숙였던 고개를 그녀가 들려는 순간,

 

“꽝!”

 

뭔가 뒤쪽에서 강한 충격과 함께 서연의 몸이 덜컥하면서 운전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서연은 고개를 천천히 들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목 아래쪽이 욱신거렸고 운전대에 부딪친 이마에서 가늘게 뭔가가 흘러내렸다.

도대체..

서연은 차문을 열고 밖으로 어렵게 내려섰다. 아직도 머리가 심하게 울리고 있었고 시야는 술에 취한 것처럼 흔들거렸다. 그녀의 눈에 환한 라이트 불빛과 열려져 있는 트렁크가 동시에 들어왔다.

안돼!

서연은 급하게 다가가 트렁크의 문을 힘껏 내렸다. 문이 닫히지가 않았다. 차 뒤편은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고 범퍼는 주저앉아 있었다. 서연은 트렁크의 문을 신경질 적으로 몇 번이고 닫으려 했다. 겨우 닫쳐진 것이 느껴졌을 때 서연은 자신의 뒤에 어떤 사람이 서있는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놀라며 몸을 돌렸다.

 

“누... 누구에요?”

 

그녀가 날카롭게 소리치자 라이트 앞에 서있는 실루엣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서연은 몸을 떨었다.

 

“다치신 덴 없습니까?”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서연은 손으로 빛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전방의 사람을 바라봤다. 한 40대쯤의 사내가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커다란 트럭이 서서 라이트를 쏘고 있었다. 트럭도 앞부분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괘... 괜찮아요.”

 

서연은 다급히 말했다.

 

“이마에서 피가 나는 것 같은데 일단 병원에 같이 가시죠?”

 

안돼... 지금 여기서 머뭇거릴 수 없어. 어서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경찰이라도 오면... 그땐 모든 게 끝이야.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으니 그냥 가세요. 그냥 각자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

“하지만...”

 

서연은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 재빨리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백미러로 우두커니 서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고 다시 이마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서연은 손으로 이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았다.

차는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서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물거리는 의식을 움켜잡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돼.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잘 모아지지가 않았다. 차는 가끔씩 좌우로 요동을 치며 S자를 그렸고 서연의 몸도 차를 따라 기우뚱 거렸다. 차도는 계속 커브길 이었다.

절대, 절대 이대로 멈추지 않아. 절대로.

 

‘쿵!’

 

아까와 같은 소리가 또다시 차 뒤편에서 들려왔다. 서연의 의식이 다시 긴장으로 팽팽해 졌다.

 

‘쿵!!’

‘망할 년!’

 

서연은 차안 백미러로 뒤쪽을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트렁크가 열려 있었다. 차가 움직일 때마다 트렁크의 문이 위아래로 부딪치며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서연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는 멈추고 그녀는 차문을 열고 나와 트렁크로 다가갔다.

잠시서서 서연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빽빽한 나무숲이 보이고 차도에는 어떤 차도 보이지가 않았다. 뭔가 결심한 듯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여기가 좋겠어.

그녀는 트렁크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봉지를 하나씩 꺼내려고 손을 뻗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봉투의 개수가 맞지 않았다.

서연은 고개를 움직이며 개수를 파악했다. 하나가 보이지가 않았다. 머리가 든 바로 그 봉투!

어디... 어디로 간 거야? 화연이, 화연이 이 망할 것.

서연은 미친 듯이 트렁크를 뒤지고 차 주변을 살폈다. 없었다. 어디에도 나머지 한 개의 봉투는 보이지가 않았다.

운전석으로 털썩 주저앉으며 그녀는 자신의 산발한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발악하듯 크게 비명을 질렀다. 비명은 새벽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는 산속으로 멀리 퍼지며 울리고 있었다.

서연은 고개를 쳐들었다.

아까 사고 전까지는 분명히 있었다. 충돌이 일어나 트렁크가 열렸고 다시 닫을 때 그때는...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 언제부터 열린 채로 달렸던 걸까.

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다시 차문을 닫고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다시 되돌아가며 살펴보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서연은 차를 반대로 돌려 몰고 갔다.

전방을 주의 깊게 좌우로 살피며 그녀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새로 뽑은 지 얼마 안돼 소음도 없던 승용차는 몇 시간 만에 고물이 된 듯 끼익 거리는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고 있었다.

서연은 점점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이 몇 시간동안의 드라이브가 마치 지옥을 넘나드는 느낌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지옥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서연은 기가 막힌 듯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천천히 초점을 잃어갔다.

 

그렇게 발악해도 소용없어... 화연이 넌, 어차피 죽은 사람이야.

죽은 사람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지. 너도 그렇게 될 거야.

언제부터 널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었더라...?

그래. 맞아. 그때야. 초경이 있었던 그 바닷가이후에. 너랑 기현오빠가 훨씬 이전부터 깊은 사이였다는 걸 알았던 그때. 그러면서 나는 너에게 기현 오빠에 대한 내 감정의 모든 것을 얘기했었지. 너는 늘 미소 지으며 내 얘기를 듣고 있었어. 다 이해 한다는 듯이. 그렇지만 그건 비웃음이었지.

 

‘우리 언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좋아한다는 거야?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니까?’

‘네 언닌 너무 더럽고 불결해. 그런 사람을 행여나 기현오빠가 거들떠나 보겠니?’

‘글쎄 말이야. 참 불쌍한 건지 순진한 건지......’

 

넌 까르르 웃었어. 난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고.

남편은 첫사랑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이었어.

 

‘언니, 형부가 나 이거 사줬다? 예쁘지?’

 

나에게도 사준 적이 없는 목걸이였었어. 후후.

아무래도 좋아. 이제 넌 깨끗이 잊혀 지는 거야.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말이야.

 

서연은 자꾸 피식거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웃음은 점차로 강도를 더해갔고 나중에는 큰 소리로 깔깔대기 시작했다.

 

“너... 넌... 결국 불쌍한 건 너야... 너, 이화연...”

‘후훗...’

 

서연은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어디선가 나지막한 크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서연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져 나왔다. 빠르게 알 수 없는 냉기가 차안에 퍼져갔고 서연의 몸으로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후훗... 후후후...’

 

정면을 주시하는 서연의 눈은 말할 수 없이 커졌고 운전대를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하... 하...

그녀의 호흡은 점차로 거칠어 졌다.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스슥... 스슥...

뒷좌석 쪽에서 뭔가 끌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서연은 가슴이 떨려 돌아 볼 수가 없었다. 간신히 얼굴은 앞을 주시한 채 커다래진 눈동자만을 굴려서 차안의 백미러를 뚫어질 듯 바라봤다.

어두운 뒷좌석을 직사각형에 가두고 있는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연은 아래턱을 떨면서 거울을 쳐다봤다. 차는 앞을 향해 계속 달리고 있었다.

잠시 후 거울 속에 뭔가 시커먼 것이 아주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커먼 것은 점차 거울 속을 메우고 있었다. 곧 하얀 이마가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곧이어 시뻘겋게 핏발이 선 두 눈이 거울의 앞에 있는 서연의 얼굴을 노려보며 보여 졌다.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오똑한 코와 퍼런 빛깔의 입술이 거울로 나타났다. 화연의 머리였다. 거울 속에 나타난 피투성이의 창백한 얼굴은 입 끝을 살짝 올리며 웃고 있었다.

서연은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 환상을 깨버리고 싶었다.

 

“아... 안... 헉...”

 

그러나 서연은 목구멍 밖으로 소리를 낼 수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전신은 공포로 굳어버렸고 운전대를 잡은 손은 힘을 꽉 쥔 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굳어버린 발은 쇠 덩어리처럼 무겁게 악셀레터를 짓눌렀다. 속도계의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거울 속 화연의 얼굴은 산발한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이제는 천천히 서연이 있는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화연의 얼굴은 시뻘건 두 눈을 부릅뜨고 당장이라도 덮칠 듯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연의 얼굴은 있는 그대로의 분노를 다 표출하고 있었다. 천천히 숨을 조이듯 그녀의 얼굴은 다가오고 있었다.

서연은 공포에 억눌려 전신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손으로 저 거울을 박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손가락 하나도 까딱 할 수가 없었다.

너... 넌 죽었는데... 이제 다 끝났는데...

서연의 목덜미로 차가운 냉기가 강해졌다. 뭔가가 그녀에게 입김을 내뿜는 것 같았다. 서연은 그 느낌에 몸을 움찔했다.

아... 아... 화연... 이, 너...

천천히 하얀 손가락이 서연의 목덜미로 다가가고 있었다. 거울 속 화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 나올 만큼 다가와 있었다.

서연은 심장이 터질 듯 메어지다가 간신히, 간신히 소리쳤다.

 

“화연이, 너... 넌 죽었어!”

 

순간 갑자기 백미러 속에서 화연의 머리가 확 튀어나와 서연의 바로 코앞에까지 바짝 다가왔다. 서연의 눈은 노려보는 화연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 치고 있었다. 서연의 얼굴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일그러져 있었다. 화연의 기괴한 목소리가 차안을 울렸다.

 

“그래! 네가 날 죽였지!”

“아악!”

 

속도계가 120을 넘어서고 서연의 차는 커브 길에서 틀지 못한 채 그대로 직진하며 달렸다. 그리고 가드레일을 뚫고 나가 깊은 산자락 아래로 길게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사망자 신원은 밝혀졌나?”

 

늙은 형사는 젊은 형사를 보며 물었다.

 

“에... 차량번호를 조회해 알아 봤는데요. 이름은 이서연... 나이는 32살이고... 거주지는 서울, 직업은 없는 것을 보니 평범한 주부 같습니다.”

“평범한 주부가 야심한 시각에 이곳까지 차를 몰고 나왔다... 결국 자신이 살해한 시신을 유기한 거라 보면 되겠구만.”

 

늙은 형사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정황을 보면, 그런 것 같은데요. 좀더 자세하게 조사해 봐야죠.”

 

젊은 형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때 감식반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좀... 이상한 데요?”

“뭐가?”

“저 여자 죽은 원인이요. 그게 교살 흔적이 있네요?”

 

형사들은 서로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죽은 사람이 어떻게 운전을 해?”

“그건 그런데... 뭐, 부검을 해봐야 자세히 알겠지만 목에 손톱자국이 있어요.”

“손톱자국?”

“또 다른 동행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늙은 형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흔적은 없어. 시신은 두 구뿐이었잖아? 다른 하나는 토막 난 시체고... 아니면 제 삼자가 있는 건가?”

“난해한데요. 분명히 여자 시신에는 목을 조일 때 생기는 손톱자국이 나있습니다. 그것도 뒤에서요. 이렇게요.”

 

감식 반은 젊은 형사의 뒤로 가서 목을 졸랐다. 젊은 형사는 과장되게 켁켁 거렸다.

 

“분명히 손톱자국은 이렇게... 뒤쪽에 엄지손가락, 앞에 나머지... 이런 식으로 나있단 말이죠.”

 

두 형사는 약간 멍해진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죠? 자신이 그랬을 리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고... 설마 잘게 토막 난 시신이 그랬을 리도 없고... 뒷좌석에서 누군가 제 3자가 그랬다면... 차가 이 정도 높이에서 추락했을 때 온전하지 못했을 텐데...?”

 

세 사람은 서연의 시신이 놓인 쪽을 바라봤다.

서연의 시신은 들것에 실린 채 차 옆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두 눈을 부릅뜬 얼굴로 천천히 하얀 천이 덮여졌다. 더불어 그녀의 목에 난 시뻘건 손자국도 함께 덮여져 갔다.

 

 

 

 

 

<끝>

 

 

※첨언-
운전을 할때는 늘 긴장을 합니다. 밤에 정말로 조용한 도로를 운전하고 있다보면 이상하게 오히려 주의력이 떨어집니다...
한번은 도로에서 고양이의 갑작스런 무단횡단으로 친적이 있었습니다. 미처 멈출 틈도 없이 갑자기 도로로 튀어 나온지라 어쩔 수 없었죠.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면 왠지 서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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